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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SF 느와르 단편 블록버스터’ 탄생!
2004-06-25

미쟝센 영화제에 상영중인 <편대단편> 지민호 감독 인터뷰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도 한때는 뉴질랜드 시골의 B급 영화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의 존재를 맨 처음 세계에 알린 <고무인간의 최후>는 신문사 사진 인쇄 보조였던 감독이 16㎜ 카메라로 친구와 가족을 동원해 만든 75분짜리 영화. 한국의 피터 잭슨이라고 한다면 너무 이른 기대일까? 최근 350만원의 저예산으로 10년에 걸쳐 완성한 독립 단편 공상과학(SF)영화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며 화제를 낳고 있다. 제3회 미쟝센단편영화제의 공포 판타지 부문에서 상영되고 있는 <편대단편>(감독 지민호)이 바로 그것. 영화는 국내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립 SF 단편이다.

정식으로 영화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지민호(30) 감독은 연출과 제작, 각본, 편집에서 컴퓨터 그래픽(CG)까지 일인다역을 해내며 지난 10년 간 한 영화에 매진해왔다. 영화는 '단편 블록버스터', '국내 유일한 SF 느와르 영화', 혹은 색다른 단편영화 등의 평가을 받으며 서서히 영화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독불장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처음 영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인 94년. "어설프지만 너무 재미있었던" 피터 잭슨 감독의 <고무인간의 최후>와 그 뒷얘기는 마냥 보고 즐기기만 했던 영화를 직접 만들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줬다. 영화 제작을 위해 처음 시작한 것은 모형을 만드는 일. "언젠가는 찍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후 학교 수업(홍익대학교 미대)의 영상 과목을 통해 이런저런 실험을 해나갔고 군 입대 이후에도 촬영용 콘티를 만드는 작업은 틈나는 대로 그가 몰입했던 취미이자 부업이었다.

막연한 작업들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6㎜ 캠코더와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이었다. '컴맹'이던 그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캠코더 사용법을 하나하나 익혀나갔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2001년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 속 CG는 철저히 개인 작업을 통해 완성된 것. 그는 "워낙 제작비가 부족했던데다가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여서 CG 부분을 도와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왕 이렇게 된 것 내가 직접 하자'고 생각하고 하나씩 공부해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안티(反) 스타워즈'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전쟁은 승패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뉜다"는 것. "SF영화에 판타지 대신 인간의 부조리함과 나약함, 힘없음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처음 생각은 어두운 화면과 비관적인 대사로 영화 속에 묻어 있다. 미래의 어느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강제 징집된 뒤 기억을 삭제당한 식민지 지역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기간 제작에 공을 들인데다 전례가 없었던 작업인 만큼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가"라는 타이름의 목소리부터 "천박하다"거나 "어설프다"는 식의 비판까지 주위 사람들의 '빈정거림'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중에 내 인생이 끝날 때 내 영화를 몇 명이 보게 되는지 한번 봐라"고 큰소리를 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좋은 SF 영화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면 꼭 그 시절을 살다 나온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라고 답하는 그는 "'네가 만든 이 영화가 진짜 SF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장르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게 꿈"이라고 희망을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