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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컨셉트’로 설명하는 ‘대박’영화의 비밀
2004-06-17

"만약 어떤 사람이 스물다섯 개 혹은 그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주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스티븐 스필버그). 일단, '좋은 영화'라는 얘기는 제쳐놓자. '돈 되는 영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 영화계는 올해 초 1천만명 이상의 '초대박'을 기록한 영화를 두 편이나 탄생시켰고, 영화계와 경제계는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한 편의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갖춰야 할지 그 원인을 한 단어로 꼽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성공한 영화들의 공통 분모를 찾아보면 얼마간 해답이 보인다.

최근 출판된 '하이컨셉트-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아침이슬 刊)은 영화의 성공 비결을 '하이 컨셉트'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저스틴 와이어트는 하이컨셉트를 "비용의 최소화와 수입 극대화를 통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할리우드에서 경제학과 미학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상업영화가 시장에서 경제성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적 장치라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의 얘기처럼 "직설적으로 쉽게 전달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라는 것은 하이 컨셉트의 내적 속성이다. 외적 속성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는 투자를, 마케팅 과정에서는 대중을 끌어들이는 선전으로 활용"된다는 것.

저자는 블록버스터 영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조스>의 광고를 예로 하이컨셉트 영화를 설명한다. 당시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쇄 광고를 통해 영화를 하나의 이미지로 포장하려 했다. 포스터는 상대적으로 큰 상어, 불길해 보이는 이, 태연하게 수영하고 있는 사람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위협적인 상어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비슷한 이미지는 텔레비전 광고나 원작 소설의 표지에서도 사용됐다.

강한 캐릭터와 뚜렷이 대조되는 선과 악의 구조, 압도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등 하이 컨셉트의 특징이 잘 구현됐기 때문에 <조스>는 단일 이미지와 단일 마케팅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이처럼 외적인 배급방식과 전략, 파생상품의 기획같은 영화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내적인 내러티브와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하이 컨셉트 영화가 할리우드의 고질병인 아이디어 고갈을 낳았으며, 영화가 상업과 예술사이에서 상업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게 된 데에는 하이 컨셉트 영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전문가로 일했고 영화 인터넷 마케팅 전문회사인 '헬로우 타임'을 설립해 운영중인 조윤장씨가 외대 통역대학원에 재학중인 홍경우씨와 함께 번역했다. 328쪽. 1만5천원.(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