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최제우 소재 영화제작 계획 중인 도올 김용옥
2004-06-17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는 동학의 시조 수운 최제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며 주연으로는 영화배우 설경구를 염두에 두고있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16일 지난 6개월간 MBC에 서 진행해온 '도올특강-우리는 누구인가' 강연을 마무리하며 MBC 스튜디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방송을 통해 내 사상이 대중들과 교감하는 것을 실감했다"며 "이제는 대중들과 접하는 공식적 직함은 접어두고 조용히 공부하며 은둔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된 '도올특강'은 삼봉 정도전의 건국정치사상, 혜강 최한기의 기학 사상, 수운 최제우의 동학 사상 등 한국사에서 발견되는 사상들에 대해 도올이 해석하는 한국사상사 특강. 오는 28일 마지막 편이 방영된다. 그는 그간 강의 내용을 포함해 자신의 사상을 정리한 연구서 「도올심득-동경대전」」(통나무 刊)1권을 출간했다.

다음은 김교수와의 일문일답.

특강을 마친 소감은?

▶이번 특강은 한국사상사를 대중적으로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국학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와야하는데도, 국학은 항상 중심에서 밀린다. 이번 강연을 통해 서양철학에 밀려서 우리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민족에게도 '사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태까지 사람들이 내 강의를 호기심을 가지고 봤다면, 이번에는 내 메시지를 자신들의 삶속에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만족스러웠다. 이는 우리 역사가 사상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라고 본다. 시기적으로는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사람들이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시청률이 그 덕을 본 측면도 있다.

더 이상 대중특강 계획은 없는가?

▶이런 형식의 강의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싶다. 꼭 이런 방법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군대로 치자면 참모급을 교육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대중 앞에 직접 나서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송 강연에서 각 문장은 논리가 아니라, 순간마다 신바람나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 1년에 한두번 하는 조용필 콘서트를 쉬지않고 6개월간 하는 느낌이다. 이것을 계속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고, 물리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발간한 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동경대전」은 '동학' 전통이 강한 고려대에 입학하며 처음 접했다.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천도교 원료 표영삼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배웠고, 근 20년간 관련서를 써야겠다고 생각만 해 왔다. 탄핵 사태를 거치며 우리 역사가 본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는 때에, 동학 사상을 조망하는 책이 출간돼 시기적으로는 잘됐다고 본다.

수운 최제우는 퇴계를 정점으로 하는 영남학파의 줄기에 서 있는 사람인 동시에 유교와 불교, 서학을 모두 비판하며 독자적인 사상을 세운 인물이다. 그간 최제우가 성리학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의 성.경 사상이나 내면의 신으로서 '하늘님' 등은 퇴계학파의 영향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그는 조선 왕조 체계를 비판하고, '개벽'을 주창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모든 사상가들과 별개의 가치를 가진다. 그가 서학과 유교 모두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사실은 사상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니며, 이는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옹호했던 정약용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 책이 한국사상사를 바라보는 틀이 됐으면 좋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한국 역사를 쓰기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서부터 평가받고 싶다. 이 책부터 정식으로 역사와 대면한다는 심정으로 집필했다.

향후 계획은?

▶학자와 문화인으로서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당장은 수운 최제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시나리오와 감독 모두 내가 한다. 팀을 짜서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 최제우를 맡을 배우로는 설경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오아시스>, <실미도> 등에서 보여준 고뇌하는 모습은 최제우의 내면을 연기하는데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