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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수상
2004-06-14

12일 폐막한 2004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오세암>이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영화계는 올초부터 이어진 <사마리아>(김기덕)의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 <올드보이>(박찬욱)의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소식과 함께 겹경사를 맞고 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안시 페스티벌은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오타와(캐나다), 히로시마(일본)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꼽히고 있지만 권위나 역사, 영향력 면에서는 최고로 평가받으며 애니메이션의 칸 영화제로 불리고 있다.

<오세암>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비의 50분의 1이 조금 넘는 15억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지난해 봄 국내에서 개봉해 소재나 캐릭터의 생김새, 배경의 색감 등에서 할리우드나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되는 한국형 애니메이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제작진은 실제로 한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단풍, 단청, 시냇물, 산길 등의 풍경을 자연과 비슷한 색깔로 재현해냈고 캐릭터도 쌍꺼풀 없는 눈에 끝이 올라간 눈꼬리와 얇은 눈썹, 작고 도톰한 입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앞을 못보는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다섯살 소년 길손이. 얼굴도 모르는 엄마지만 길손이에게는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 엄마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될 즈음 일행은 젊은 스님 설정을 만나 산사 생활을 한다. 스님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절이 경건하게만 느껴질 수는 없다. 불경 외는 중 법당 뛰어다니기, 스님 목욕하고 있는 사이에 승복 노루 입히기, 스님들 신발 나무에 걸기 등 길손이의 장난기는 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스님은 길손이를 데리고 산속 작은 암자에서 생활하기로 한다. 사건이 일어난 때는 어느 겨울날. 식량을 구하러 아랫마을에 간 설정 스님은 절로 돌아오는 길에 폭설을 만나 미끄러져 정신을 잃게 되고 암자에는 길손이만 혼자 남겨진다.

2001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의 동명 스테디셀러를 원작으로 <하얀 마음 백구>의 마고21이 제작했으며 윤도현, 이소은이 주제가를 불렀다.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오세암>은 극장 흥행에서는 참패를 거뒀다. 서울 15개 스크린에서 선보였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편법으로 교차상영(오전 상영이나 1,3,5회 상영)한데다 개봉 1~2주도 넘기지 않고 극장이 상영을 중단했던 것. 결국 애니메이션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 관행 개선과 제도 마련을 주장했으며 네티즌들은 확대 상영 혹은 재개봉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 자국내 시장에서 외면받던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은 해외에서 다시 한번 작품성을 인정받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흥행성 확보라는 숙제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오세암>, <원더풀데이즈>, <엘리시움> 등 국산 애니메이션 세편은 전국 관객 기준으로 각각 10만명, 29만명, 4천200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극영화는 모든 빗장이 풀렸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2년간 유예한 것도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었다. 극영화가 비평이나 흥행 양쪽 면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산업적으로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제작사들은 상영제도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인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단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 여기에 탄탄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