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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시 이야기 9404’에 담긴 서울의 하루

신기하게도 10년 전 같은 날과 거의 흡사한 날씨를 보였던 지난 6월9일 이재용 감독(사진)은 스탭 십여 명과 뮤직비디오 촬영에 나섰다. 오르코데라는 터키식 이름의 한국 여가수가 노래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압구정과 여의도 한강 둔치, 유람선, 63빌딩, 남산 타워 등 서울의 상징물들을 디지털 캠코더에 담았다. 이 촬영은 터키 진출을 준비하는 여가수의 뮤직비디오인 동시에 ‘한도시이야기 9404’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었다. 이 감독은 뮤직비디오라는 양식을 빌어 2004년 6월9일의 서울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스캔들-남녀상열지사>에서 이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스탭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이날의 촬영에 참가했다.

서울의 하루를 담는 ‘한도시이야기’ 프로젝트가 지난 9일 0시부터 24시까지 진행됐다. 영화감독, 배우, 스탭, 사진작가 등 전문가 100명과 일반인 1100명이 참여했다. 이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서울을 들여다봤다면 김홍준 감독은 영화의 고향 충무로의 역사를 퍼포먼스로 재현했다. <아리랑>을 비롯해 30~40년대 한국 영화 의상을 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학생들이 거리공연하는 모습을 3개의 카메라에 담았다.

뮤비 퍼포먼스 거리공연 1인 시위‥전문가·시민 1200여명 참여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된 이날 행사는 캠코더, ‘디카’, ‘폰카’, 녹음기 등 기록 가능한 모든 매체가 동원돼 수백만명이 사는 서울의 수백만 가지 표정이 자유롭게 새겨졌다.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은 파병반대, 생존권 보장, 철거반대 등 1인 시위가 벌어지는 24개의 현장을 다니면서 서울에서 숨쉬는 ‘거부’의 표정을 담았으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지은 감독은 개미, 바퀴벌레를 비롯해 코끼리, 기린 등 서울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시민’의 일상을 잡아냈다.

디지털이라는 기술혁명 덕분에 일반인들도 서울의 기록자로 나선 것은 첫회 때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모습이다. 취업준비생 정혜란(27)씨는 서울에서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곳과 젊은이들의 풋풋한 데이트 현장을 동영상에 담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재용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 “10년 전에 비해 서울이 코스모폴리탄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이며, 여전히 흉물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제 조금씩 나름의 개성이 생겨나고 있는 것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천여 명의 기록자들이 모여 모자이크한 서울의 표정은 6월 한달 동안 후반작업을 거쳐 7월초부터 홈페이지(www.handosi.com)에서 온라인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