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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서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
2004-06-02

지난 99년 작고한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회고전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에서 열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이 31일 보도했다.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이 큐브릭 감독의 부인 크리스티안의 허가를 얻어 오는7월1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회고전은 큐브릭 감독의 숨은 수집광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볼 수 있어 영화팬들이 모여들고 있다.

큐브릭 감독은 1962년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불과 8편의 영화만을 감독해 활동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었다고 평가받지만 그가 런던 북부 자택에 남긴 수천 점의유품들을 보면 그가 영화 한편 한편을 제작할 때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를 알수 있다.

런던 자택에는 대본과 편지, 스케치, 사진, 의상, 소품, 기술장비 등이 방 10개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이중 일부만 골라 전시된 이번 전시회에서도 공간이 모자라바로 옆의 독일건축박물관까지 전시품들이 점령할 정도다. 전시품들은 다른 성실한 감독들을 상대적으로 허술해 보이게 할 정도로 꼼꼼한 세부작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 큐브릭 감독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회고전은 큐브릭 감독이 1950년대에 만든 저예산 범죄드라마부터 그의 사후에 개봉된 에로틱 스릴러 영화 <아이즈 와이드 샷(Eyes Wide Shut)>에 이르는 모든 작품을 망라하고 특히 그가 30년 간 큰 애착을 갖고 추진했지만 끝내 만들지 못했던 전기영화 <나폴레옹>의 준비과정도 소개하고 있다.

<나폴레옹> 제작을 위해 큐브릭 감독은 나폴레옹의 일생과 관련한 1만8천여장의 서류와 책을 수집했고 나폴레옹의 삶에서 일어났던 모든 중요한 사건들을 매일 메모한 카드 파일을 만들기도 했다. 큐브릭 감독은 1971년 당시 "지금껏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영화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제작을 제의했으나 MGM은 제작비를 이유로 거절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주연을 제의받았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도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큐브릭의 처남이자 이번 회고전 기획자인 얀 할란은 "당시 스탠리는 충격받았고 한동안 매우 상심했다"고 말했다. 할란은 이번 회고전이 큐브릭이 태어난 뉴욕에서도 열리게 될 것을 기대한다며 미국에서 큐브릭의 명성은 아직도 유작 <아이즈 와이드 샷>의 참패 이후 회복되지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진부한 탐닉적인 장면으로 R등급(미성년자 관람제한등급)을 받은 <아이즈 와이드 샷>에 대해 큐브릭은 지저분한 늙은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회고전은 이밖에도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Strangelove)> 코너에서는 미국 사진계의 거장 켄 애덤스의 스케치 작품을 전시하고 <시계태엽오렌지(A Clockwork Orange)> 코너에서는 영화의 광기어린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았던 말콤 맥도웰의 목소리가 담긴 안내방송과 소품으로 사용했던 중절모와 지팡이도 전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