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berto D 1952년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출연 카를로 바티스티
EBS 5월29일(토) 밤 11시
이 지면을 쓰면서 비토리오 데 시카의 고전들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자전거 도둑>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던 영화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난에 관한 아릿한 슬픔이 담긴 <자전거 도둑>, 그리고 데 시카 감독 특유의 유머와 판타지가 담긴 <밀라노의 기적> 등이다. <움베르토 D>는 데 시카 감독의 1950년 무렵 영화들이 얼마나 탐스러운 열매를 거두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 역시 가난의 어려움을 담고 있으면서 한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노신사는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고 싶지만 인생이 그리 쉽게 흘러가진 않는다. 여기 한 가지 구원으로 나오는 것은 노신사와 강아지의 우정. 때론 익살스럽고 쓸쓸한 둘의 우정은 <움베르토 D>를 끌고가는 동력이 된다.
<움베르토 D>에서 주인공인 움베르토가 처한 상황은 이렇다. 정부에서 주는 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가던 늙은 퇴직자 움베르토는 방세를 올려달라는 하숙집 여주인의 요구로 곤란을 겪는다. 그에게 친구라곤 하숙집 하녀 마리아와 유일한 동반자인 작은 개 플릭뿐이다. 정신적, 물질적 궁핍 속에서 움베르토는 점점 고독 속으로 빠져든다. 그가 어느 날 자선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집 벽은 공사장 인부들에 의해 허물어져 있고, 플릭도 보이지 않는다. 방세를 지불하지 못한 움베르토는 결국 집에서 쫓겨나고 마침내 자살을 꿈꾼다.
<움베르토 D>는 데 시카 감독이 영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그런데 당시 관객에겐 별로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현실을 너무나 암울하게 그렸다는 이유였다. <움베르토 D>는 비슷한 시기 발표했던 데 시카 감독의 영화에 비해 구성이 정교하며 화면의 짜임새가 치밀하다.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표현되는 한 노인의 궁핍함과 고독은 설득력 있다.
앞서 논했듯 움베르토와 강아지의 우정도 빼놓을 수 없다. 가난한 움베르토는 자신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대신, 강아지에게 그의 모자를 물게 하고 뒷다리로 선 채 구걸하도록 만든다. 이 장면은 당시 이탈리아의 빈곤한 현실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며 데 시카 감독이 희비극을 영화에 은근히 함께 녹여내는 연출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앙드레 바쟁은 이 영화에 대해 “<움베르토 D>가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전통적인 영화적 구경거리로부터 이 작품이 일절 관계를 끊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몇 시퀀스는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영화를 예견케 하는 것 이상을 이룩하고 있다”라며 조심스럽게 <움베르토 D>가 데 시카 감독의 또 다른 수작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 예견은, 다행스럽게도 틀리지 않은 듯하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