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박>에서 주인공 팅 역을 맡은 토니 자는 실제로도 무에타이의 고수이며 말 그대로 그의 몸은 ‘날아다닌다’는 표현에 걸맞게 스크린을 활공한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은 4년 동안 공들여 어떻게 한 인간의 몸이 영화 한편을 짊어질 수 있을 기예에 가깝도록 만들까를 고민한 듯하다. 토니 자의 액션이 무에타이 무술에 빚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새로운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마치 이소룡과 성룡의 중간쯤에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때때로 선보이는, 그러나 성룡의 위트와는 수준 차이가 좀 있는 슬랩스틱 몸짓과 잔인무도한 이소룡식 격파술을 신별로 따로 떼어다놓고 복습한 구석이 영화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책임져야 할 영화적 수준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만약 누군가 지상에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은 몸의 활력을 보고자 원한다면, 즉 착시나 속임수가 아닌 기예에 가까운 진짜 부딪침을 원한다면 <옹박>은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옹박>은 마치 순박한 마음과 강한 몸을 지닌 주인공 청년 팅처럼, 텅 비어 있는 단순한 서사에 놀랄 만큼 강한 육체 하나로 밀어붙이는 영화이다.
강한 육체의 생생한 격돌, <옹박>
글
정한석(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2004-05-25
다른 것은 없다. 활공하는 인간의 육신이 어디까지 솟아오를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타이영화 <옹박>은 관객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결정하고 나서 보아야 후회하지 않을 만한 영화이다. 우선 <옹박>에서 팽팽한 긴장을 통해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은 부족하다. 조그만 시골 마을. 어느 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격의 불상 ‘옹박’의 머리가 사라진다. 그것이 거대 도굴꾼 조직의 소행임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무에타이의 달인인 팅(토니 자)을 방콕으로 보내 불상의 머리를 되찾아오기로 한다. 방콕에 도착한 팅은 낯선 도시의 어지럼증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도굴꾼들의 뒤를 쫓는다. 그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위험의 순간들은 거듭 찾아오고, 힘겨운 적과의 격투는 끝없이 벌어진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순서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굽이 없이 완만하게 흘러간다. 지략이 넘쳐나는 서사적 묘수, 특정한 캐릭터들의 돌출이라는 머리싸움보다는 몸과 몸 사이의 생생한 격돌이 <옹박>에서는 눈에 띄게 많다. 이 액션의 순수함으로 <옹박>은 그해 타이영화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무에타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웃나라에도 수출됐다.
1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