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장르영화가 그렇듯 필름누아르도 백인남자들의 영화다. 그런 점에서 흑인감독인 칼 프랭클린이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만든 몇편의 모던누아르는 색다르다. 고전적인 필름누아르가 몽환적인 세상과 주인공으로 꾸며져 있었다면, <광란의 오후>와 <블루 데블>에선 절박한 현실과 짙은 살냄새가 풍겨나온다. 근작 <아웃 오브 타임>은 결말이 짐작되는 밍밍한 전개로 인해 평범한 스릴러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칼 프랭클린 작품의 연장선에 놓고보면 은밀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작은 마을의 경찰 서장이 사라진 돈 때문에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해맑은 플로리다와 흰색 티셔츠에 귀걸이를 한 주인공 그리고 과장된 해피엔딩은 정통 누아르와 느낌을 달리한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네이키드 시티>의 배경을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겨놓은 듯하다. 하지만 음모에 빠진 주인공과 배신과 살인으로 어지러운 세상, 팜므파탈의 존재는 <아웃 오브 타임>을 영락없는 누아르의 방향으로 돌리고 있으며, 덴젤 워싱턴의 믿음직한 걸음걸이와 라틴재즈같이 경쾌한 진행은 필름누아르의 산뜻한 변주를 완성한다. 하긴 그 세계가 너무 밝아서 더이상 나아갔다간 누아르에서 이탈할까봐 걱정이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최신 할리우드영화에서 기대되는 극상의 표현까진 아니어도 평균적인 수준은 유지한다. 다소 짧은 제작과정과 두개의 NG장면 외에 배우들의 스크린 테스트 장면이 볼 만하다. 오디션에 임하는 장면 속엔, 스타급이 아닌 배우들이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감독의 음성해설엔 한글자막이 제공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