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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웨스턴에 대한 지독한 향수, <와이어트 어프>

<와이어트 어프> Wyatt Earp

1994년

감독 로렌스 캐스단

상영시간 191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워너

와이어트 어프는 와일드 빌과 함께 서부 최고의 총잡이이자 법 집행자로 통했다. 총에 맞아 죽은 와일드 빌과 달리 와이어트는 오래도록 살아남으면서 초기 영화산업에도 관여했던 사업가였다. 그에 관한 영화가 적을 리 없다. 전설의 고전적 재현을 보여주는 <황야의 결투>와 부터 화끈한 액션이 덧입혀진 <툼스톤>까지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중 <툼스톤>과 1년 간격으로 개봉하는 모험을 감행한 <와이어트 어프>는 결국 3시간짜리 허풍선이로 남게 된 작품이다. <와이어트 어프>는 1990년대 초반, 각자 그리고 같이 경력의 정점에 오르고 있던 로렌스 캐스단과 케빈 코스트너가 이후 감내해야 했을 몰락의 시작이었다.

<와이어트 어프>의 장대한 서사는 그간 단편적인 접근만 이루어졌던 와이어트 어프에 대한 정사를 완성하려는 시도였다. 당연히 영화의 중심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수많은 곳을 거쳐가면서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와 마주했던 와이어트 어프가 존재한다. 그런데 로렌스 캐스단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족의 결속’과 그에 따른 ‘배타적 근성’ 그리고 ‘선한 사회’와 ‘부와 욕망의 추구’란 가치를 같이 언급하면서 미국의 기원을 돌아보고자 했다. 짐작되듯이 그는 웨스턴판 <대부>를 만들고 싶었을 테지만, 문제는 철학의 부재였다. <와이어트 어프>는 와이어트 어프에 관한 한 가장 객관적인 서술을 보여준 작품일진 모르나 아쉽게도 한 인간과 이상향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탐구엔 이르지 못했다. <늑대와 춤을>을 연출하면서 ‘웨스턴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들었던 케빈 코스트너로선 <와이어트 어프>가 그 명성을 이어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흥미로운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99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일군의 웨스턴 중 기억나는 한편,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긴 힘들 것 같다.

과거 LD로 선보였던, 극장판보다 21분 긴 감독판은 DVD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편집된 11장면 모음집이 대략 18분 정도 되므로, 감독판을 어렴풋이 짐작해보는 건 가능하다. 그외 인터뷰와 제작과정이 담긴 두편의 기록영상이 제공된다. 만족스러운 영상에 비해 소리엔 아쉬움이 남는다. 좀더 박력이 넘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용철

<와이어트 어프>와 <아웃 오브 타임>을 보면서 할리우드란 이름의 정글을 생각해봤다. 로렌스 캐스단은 한때의 영광을 뒤로한 채 범작을 만들고 있고, 칼 프랭클린은 크게 부각된 적은 없으나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과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값진 것일까?

누가 영화를 보여준다고 해도 <열두명의 웬수들>을 극장에서 봤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가끔 이런 영화들을 테이프나 DVD로 만나면 감사한 생각이 들게 된다. 나의 행동을 바꾸는 영화들은 거장들의 작품들이 아니라 오히려 <열두명의 웬수들> 같은 영화들이다. 나로 하여금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재고하게끔 하였으며 또 그렇게 실천하게끔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 내 곁에는 내가 사랑한 영화가 아닌 내가 사랑한 가족이 있을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콰이어트 어메리칸>과 <목포는 항구다> 그리고 <깝스>가 지난주에 출시되었다. <콰이어트 어메리칸>의 서플먼트를 보니 크리스토퍼 도일이 〈2046>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번주의 선택은 <캘린더 걸스>다. 아줌마들의 <풀몬티>가 흥겹다.

정신없는 한주를 보냈다. 서부극에서 호러, 코미디, SF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쏟아졌고 케빈 코스트너의 <와이어트 어프>를 제외하곤 다 보았다. 서부극은 늘 환영이지만, 시간이 넉넉지 못한 관계로 아직 DVD로 보지 못하고 있다. 스페셜 에디션이라니 더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번주부터 ‘명예의 전당’과 격주로 국내 발매된 DVD 타이틀을 기준으로 B급영화 타이틀 소개를 시작한다. 의외로 많은 영화들이 출시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그들 영화들을 위한 코너다. <새벽의 저주>가 개봉을 해서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리메이크를 첫 타자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주의 선택은 <캘린더 걸스>이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웬걸, 지쳐 있던 심신이 다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