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인터뷰]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2004-05-21

한류열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공격적이고 일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장관은 20일 아시아권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열풍은 우리문화가 바깥으로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유사 이래 처음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한국이 경제성장에 걸맞게 이제는 남의 문화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과의 청소년교류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 18일 입국한 이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특히 한류열풍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공격적이고 일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베트남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식적으로는 한-베청소년교류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베트남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해 방문을 추진하게 됐다. 한류열풍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베트남의 경우는 한류열풍의 진앙지 가운데 하나로 '한국선망' 열기가 더욱 뜨겁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확인하고 싶었다.

한류열풍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문화가 바깥으로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유사 이래 한류열풍의 경우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역동적이고 활발한 한류열풍은 대중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판단한다. 주변국인 일본이나 홍콩의 경우 문화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느낌과는 대조적이다. '기압골'이 한국쪽으로 형성됐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연계돼 있는 문화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류열풍은 문화산업을 급격히 발전시키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류열풍은 너무 공격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한국도 이제는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만큼 남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인식과 자세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한류열풍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한류열풍은 너무 공격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느낌이다. 이 경우 소비국의 입장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계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적으로도 파급효과가 큰 한류열풍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는 주고 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하며, 국가별, 소비자별, 문화상품별 등으로 보다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 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자세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한류열풍을 지속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역내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류 관련언론인 등에게 최신자료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한국에 초청해 관련업체나 연예인 등에게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또 한류열풍의 첨병격인 연예기획사 등과 연계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할 생각이다.

한류열풍 소비국들과의 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액션 프로그램(action program)은 무엇인가.

▶베트남에서 영화관련시설들을 둘러봤다. 시찰 결과 외형적인 환경이 열악하지만 관련 인력들이 유능하고 큰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류열풍을 진작하는 데 영상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베트남의 영화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초청연수 등도 검토하겠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권의 예술영재들을 발굴해 한국에서 유학시키는 프로그램도 좋은 일례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인들의 현지 방문이나 초청 프로그램 등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수교 12주년을 맞는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실질적인 동반자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교류다. 더구나 양국은 역사적 경험과 문화.생활양식에서 많은 유사성이 있고, 한국의 드라마가 베트남의 안방극장을 차지할 만큼 짧은 기간에 양국이 성큼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또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우호도가 그 어느 국민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하노이에서 제5차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총회가 열리는 만큼 한국의 많은 예술공연과 영화 등이 베트남에 소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경제협력 못지 않게 문화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양국이 명실상부한 실질적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노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