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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2004] 당나라의 무협로맨스, 장이모의 <연인> 최초 공개
2004-05-20

“한국영화 호평,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칸 영화제의 비경쟁 공식 상영작인 <연인(House of Flynig Daggers)>의 장이모(張藝謨) 감독이 가네시로 다케시(金城武), 류더화(劉德華), 장쯔이(章子怡)와 함께 19일 공식 상영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영화의 배경은 9세기 한창 쇠퇴기를 걷고 있는 당나라. 불안이 전국을 뒤덮는 가운데 반군 세력과 정부군 사이의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반군 중 가장 힘이 센 곳은 '비도문'(House of Flying Daggers).

두 명의 장군 레오(류더화)와 진(가네시로 다케시)은 비도문의 우두머리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계획을 짜던 중 맹인 무희 메이(장쯔이)가 조직과 연관이 있다는 의심을 한다. 진은 풍(風)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감옥에 갇힌 메이를 구해주고 그녀는 그를 비도문의 비밀 기지로 데려다 준다. 진과 레오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것. 문제는 본부로 가는 긴 여정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머리엔 음모를 간직하고 가슴에는 비밀을 품은 채 점점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영화는 지난해 초 국내에서 개봉된 <영웅>과 연장선상에 있어 보인다. 영화는 화려하고 현란하면서도 다소 과장된 액션(특히 영화의 제목처럼 칼이 날아다니는)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 대나무 숲 결투 장면은 다분히 장감독보다 먼저 아카데미상을 받은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을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장이모의 영화가 최근 미국의 소니클래식과 배급계약을 맺었고 다음해 초의 아카데미 영화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장에 나타난 장이모 감독은 <영웅>과 <연인>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하면 <연인>과 <영웅>의 공통점은 딱 한가지, 바로 무술영화라는 사실. 그는 "<영웅>이 동양 무술의 머리에 대한 이야기라면 <연인>은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웅>이 여러 가지 색깔을 순차적으로 보여줬다면 <연인>의 주된 색깔은 녹색으로 보인다. 그는 "당 왕조의 색이 녹색에 진흙의 색깔을 섞은 듯한 빛깔이었다"며 "당시의 색을 재현해내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의 복식을 연구하던 중 <취화선>, <황산벌>,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한국 영화에서 비슷한 색깔과 모양을 발견했다고 설명하며 과거 두 나라의 복장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이모 감독은 80년대 중반 <붉은 수수밭>이나 <국두> 등 향토적인 리얼리즘이 깔려 있는 영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그뒤 <홍등>, <귀주 이야기> 등으로 중국 5세대 감독의 선두주자로 활동해오다가 <영웅> 때부터 거대 예산의 영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연인>의 경우 <영웅>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이 눈에 띄게 많아 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얼마나 많은 양의 특수효과가 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제목처럼 날아다니는 칼의 이야기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해 초 <영웅>의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으며 같은 해 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자신이 연출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리는 등 최근 들어 한국과 부쩍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젊은 감독들에게 한국 영화의 샘플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에서 배워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가 이곳 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게 아시아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