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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2004] 칸의 이슈 메이커, 마이클 무어 인터뷰
2004-05-19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은 알고 보면 한 통속이고 결국 이 두 사람이 9.11 테러의 주범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마이클 무어가 17일 낮(현지시각) 공식 기자회견에 얼굴을 드러냈다. 신작 <화씨 9/11>(Fahrenheit 9/11)은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일가를 포함한 사우디 명사들의 관계를 파헤쳐 9.11 전후 부시 대통령의 행동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마이클 무어는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보여준 특유의 ‘깐죽거림’과 함께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는 음모론을 꽤나 설득력 있게 추적한다. 영화의 시작은 지난 2000년의 말 많았던 대선. 이후 감독은 석유 재벌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 집안의 유착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영화는 사진을 통해 30여년 전 과거에 두 집안이 함께 어울렸던 모습을 보여주고 음모론을 쫒다가 9.11테러의 참상과 이라크 전쟁의 폐허를 번갈아 보여준다.

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찌감치 200여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회견장 밖에 마련된 TV를 통해 회견모습을 지켜봤다.

항상 쓰고 다니던 야구 모자를 버리고 턱시도와 나비넥타이로 갈아입고 기자들 앞에 나타난 무어 감독은 "나는 영화를 만들 때 금요일 밤에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9.11일 테러 이후의 미국, 그리고 그 당시 보통사람이었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뒤 "나는 직설적인 사람이고 영화에서 부시에 대해 (하고 싶은) 모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문제를 풀고 싶어하며 그 문제는 바로 백악관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화씨 9/11>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 공개된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 외에도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디즈니가 이 영화를 미국에서 배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게 한몫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내용을 담은 영화를 배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디즈니는 최근 정치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를 배급하는게 부적절하다며 영화의 배급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디즈니의 자회사 미라맥스는 이 영화의 판권을 재매입해 개봉할 배급사를 찾고 있다.

무어 감독은 부시 정부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이런 정치적인 이유로 디즈니가 발을 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내 극장 개봉에 대해 "TV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며 미국에서 대선 전에 개봉할 것"이라고 밝힌 뒤 "우익 정치인들이 영화의 미국 개봉을 막으려는 시도에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극장을 나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서 그들이 좋은 시민이 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볼링…>에서 가수 마릴린 멘슨이 등장했다면 <화씨…>에서는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얼굴을 내민다. "지금 상황을 대통령이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내뱉는 말은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미디어의 모습도 마찬가지. 여자 앵커는 생방송을 앞두고 진한 화장을 한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습을 한다.

무어 감독은 자신을 보기 위해 시사회장을 찾은 기자들에게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 전쟁의 책임은 미국 정부 뿐 아니라 이에 놀아나 진실을 호도한 대중 매체의 책임도 크다"고 `언론책임론'을 주장했다.(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