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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역사고증 얼마나 됐나
2004-05-18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Troy)>는 올여름 영화시장을 강타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이 영화는 청동기 후기의 역사적 고증 면에서는 어떤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미국의 NBC방송은 14일 독일계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트로이>가 히트를 치고 있는 가운데, `트로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각종 역사 다큐멘터리 등이 앞다퉈 방영되고 있는 현상을 전하면서 이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NBC 방송은 할리우드판 트로이 전쟁은 원작격인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Iliad)'를 마구 손질함으로써, 영화적 상상력을 키우는데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고학계의 전문지 `아키올로지 매거진(Archaeology Magazine)'은 영화가 그리고 있는 기원전 1천200년경은 마치 `연대기적으로 열차의 충돌한 잔해'처럼 보인다며 비판했다. 영화의 무대가 된 시기는 고고학자들이 추정하는 트로이전쟁 발발시기이지만, 당시 시대상황과 영화적 표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비유인 셈이다.

그 예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주님들이 당시보다 약 1천년 이전인 청동기 전기시대(기원전 약 2천년)의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나오는 모습이나, 동전이 발명되려면 몇 백년이 지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전사(戰士)의 눈에 동전을 올려놓는 의식이 행해진 점 등은 영화적 기법을 고고학적 사실에 앞세운 경우로 지적됐다.

역사 고증학자 마크 로즈는 "이게 바로 현실이 아닌 할리우드"라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예를 들어 천하무적 아킬레스(브래드 피드 분)가 당시 있을법 하지도 않은 50피트 높이의 성벽 아래 서서 트로이의 왕자인 헥토르(에릭 바나 분)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 제작자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해 줄수도 있는 부정확성이라는 것이다. 아킬레스가 도랑 저편에 서서 헥토르를 불러대는 장면보다는 화면이 좋을 것이기 때문.

로즈는 동전과 같은 실수는 그저 역겹고, 영화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서 "왜 바로잡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사실 할리우드가 이같은 영화적 기법을 동원한 것은 호머가 일리아드를 쓸 때의 작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원전 8세기에 살았던 호머는 청동기 시대 말기인 기원전 1천200년을 작품화해야 했다. 호머가 일리아드를 쓸 시기에는 트로이는 전쟁과 화재 또는 지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으나, 호머는 서로 다른 시대로부터 따온 여러가지 이야기를 묶어서 새로운 풍미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 <트로이>의 상업적 성공과 맞물려 이번 주에만 `진짜 트로이'를 조명해 보는 여러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다. 히스토리 채널은 `트로이의 진짜 이야기'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영화 <트로이>를 넘어서'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앞서 디스커버리 채널은 이번 주초 트로이 목마를 소재로 한 특집물 `풀리지 않은 역사'를 방영했다. 여기에다 터키 이스탄불의 고고학 박물관도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트로이 유물전을 여는 등 `트로이 진실게임'에 가세한 형국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