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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 없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연출의 힘, <광란의 시간>
류상욱 2004-05-14

<광란의 시간> The Desperate Hours

1955년

감독 윌리엄 와일러

상영시간 112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영어 모노

출시사 파라마운트

<벤허>와 <로마의 휴일>로 잘 알려진 윌리엄 와일러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우리는 <벤허>를 만들고 “하느님, 진정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것만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영화들이 모두 스타 중심의 스펙터클한 작품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앙드레 바쟁은 <지저벨>과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분석하면서 윌리엄 와일러가 ‘연출의 장세니스트’라는 평가를 했다. 이제 우리는 윌리엄 와일러 영화들을 모두 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에 출시되는 <광란의 시간>은 55년에 제작되었는데 90년에 만들어진 마이클 치미노 영화의 오리지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조셉 하예즈가 이 두 영화의 각본가라는 것이다. 필름누아르의 탐정이었던 험프리 보가트는 여기서 영웅이 아닌 범죄자로 등장하는데 이때 그의 나이는 66살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찍은 2년 뒤에 세상을 떠난다. 영화의 전개는 마이클 치미노의 리메이크 버전보다 오리지널이 더 간결하고 차분하다.

한 중산층 가정에 세명의 탈주범이 침입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과 경찰의 수사는 교차편집되면서 험프리 보가트 일당으로 점점 접근한다. 문제는 성실하고 온순한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가 범죄자와 맞서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폭력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가 범죄자와 맞서기를 바라고 이것은 가부장의 권위에 직결된다. 프레드릭 마치가 연기하고 있는 험프리 보가트와 맞서는 아버지는 자신에게서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은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폭력이 정당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윌리엄 와일러는 마이클 치미노처럼 과잉된 폭력이 난무하는 광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으면서, 사실적인 연출로 현실적인 분위기의 ‘광란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깊은 심도의 화면과 스타일이 없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윌리엄 와일러는 범죄 스릴러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류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