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폰>의 안병기 감독이 연출하는 세 번째 공포영화 <분신사바>의 촬영현장 공개가 지난 4월21, 22일 이틀간 열렸다. 유진(이세은)이 친구들을 저주하기 위해 내린 분신사바의 효력이 현실로 나타나, 동급생 중 한명이 얼굴에 불을 붙이고 자살하는 장면이었다.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시너를 뿌린 뒤 스스로 불을 붙이는 장면의 특수효과와 스턴트를 위해 모든 스탭들이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스피디한 촬영 속도를 자랑하는 안병기 감독도 그날만큼은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현장 지시를 꼼꼼하게 내렸다. 불타는 장면의 클로즈업을 위해 만들어진 얼굴 형태의 물체에 이유리와 단역 연기자가 조심스레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순식간에 솟아올라 가짜 두상을 일그러뜨리며 타오르는 불길. 놀란 배우들과 스탭들, 사진기자들 사이로 쓰러져내리는 지지대. 소화기를 들고 대기하던 스탭들이 신속하게 불길을 제압했다. 멀찌감치 피해 있던 사진기자들과 배우들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특수효과팀과 배우들은 더욱 임팩트가 강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나올 때까지 불평없이 위험부담이 큰 장면들을 무사히 해냈다. 그래도 욕심 많은 안병기 감독은 배우들을 향해 연신 “눈에 더 힘을 줘! 눈에 더 힘을 주란 말이야!”라고 외치며 영화 속 실제상황 같은 공포를 심어넣기에 여념이 없다.
4월21일에 이어서 22일에 있었던 촬영은 더욱 위험한 작업이 요구되는 상황. 실제로 비닐을 뒤집어쓴 스턴트맨의 머리에 불을 붙이고 옥상으로부터 그 죽음의 공포를 촬영해야 했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 미술선생 역의 김규리와 엑스트라들의 비명이 가득 찬 가운데, 머리에 불을 붙이고 자살하며 몸부림을 치는 희생자, 이를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세은, 비명을 내지르는 소녀들의 뒤를 스윽 지나가는 원혼 역의 이유리. 확실한 현장 통제와 고도의 스턴트, 그리고 안병기 감독 영화 특유의 찐득찐득한 공포가 채워진 이틀간의 촬영은 전주의 뜨거운 햇살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잔재주보다는 관객의 감정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공포를 창조하고 싶다”는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는 7월 개봉예정이다.
전주=사진 정진환·글 김도훈
△ 촬영지인 전주의 기전여고는 영화에 적합한 낯설고 기이한 장소들을 지니고 있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옥상에 설치한 카메라와 기중기. (왼쪽 사진) △ 안병기 감독은 덮어쓴 비닐의 각과 시너의 흐름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더 멋진 효과를 위해 고심했다.(가운데 사진)
△ 머리에 뒤집어쓴 비닐봉지에 불이 붙어 괴로워하는 희생자. 위험한 스턴트를 앞두고 촬영장을 침묵시켰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