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는 기나긴 여정의 끝무렵에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와 <도노반의 산호초>를 발표했다. 웨스턴에 쏟았던 열정을 감안할 때, 고별사에 해당하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가 이루어낸 경지는 두말할 것도 없다. 흥미로운 건 <도노반의 산호초>다. 진득한 코미디가 주는 흥취가 대단해서 존 포드의 영화를 몇몇 장르로 한정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존 포드는 오랜 동료 존 웨인과 마지막으로 작업하면서 상대역으로 리 마빈을 내리 등장시켰다. 두 작품에서 둘의 관계는 사뭇 달랐지만, 거친 두 남자가 만들어가는 조화와 반목이 인상 깊다. 서부의 세계에서 긴장 관계였던 두 남자는 바닷가 섬에서도 여전히 악동마냥 다툰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리 마빈이야 익히 짐작되는 바고, 존 웨인도 <조용한 남자>에서 그랬던 것처럼 감히 아일랜드 여자의 엉덩이를 때리곤 하니 신사는 못 된다. 그들은 그런 남자다.
존 웨인의 곁에 리 마빈이 서게 된 데는 오랜 사연이 있다. 존 웨인이 <역마차>의 링고 키드에서 <수색자>의 이산 에드워즈로, 이어서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의 톰 도니폰으로 옮겨간 것은 한 고독한 남자가 고립되고 미쳐가는 과정과 같다. 신화의 출발점인 <역마차>에서 링고는 여자와 떠나기에 앞서 국경 너머의 목장과 그곳에서 누릴 행복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와 이상향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서부의 사나이는 정신을 잃어간다. 마침내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의 톰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려 했던 집을 불태우고 이상향에 종말을 고하면서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니 <도노반의 산호초>의 남태평양 낙원은 눈물겨운 선물이다. 사람들과 떨어져 존재하는 섬과 거친 남자가 그의 이상향이 되고 파트너로 남는다. 두 작품이 대구를 이루는 사연은 그렇다. <도노반의 산호초>에서 드디어 사랑하는 여인을 집으로 안내하는 존 웨인의 뒷모습을 볼 때,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에서 절절하게 들렸던 ‘전설’이란 말을 <도노반의 산호초>에선 존 웨인이 직접 웃으면서 말할 때, 행복을 느꼈다면 그 사연을 아는 사람일 게다. 영상과 소리의 복원이 잘된 DVD이지만, 작품의 격에 어울리는 부록이 없는 건 아쉽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