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나 출연배우를 보고 자신에게 맞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영화의 탄생만큼이나 오래된 방법이지만 제작사를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는 것은 여전히 불확실하기만 하다. 그런데 픽사의 애니메이션이나 트로마의 엽기영화들을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로맥틱코미디에 있어 보증수표 같은 제작사가 있으니 바로 영국의 워킹 타이틀이다. <노팅힐>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흥행 덕분에 영국에서 가장 많은 개런티를 받았던 워킹 타이틀의 작가 리처드 커티스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사랑은 흔해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근데 공기와도 같은 사랑은 어디에나 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사랑을 빼앗긴 제이미는 사랑도 통역이 되냐고 묻기보단 외국어 공부를 하고, 영국 총리는 체면을 버리고 여비서에게서 느꼈던 사랑을 찾아간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일 뿐이라 주장하는 싱글족도 있겠으나 어차피 사람에게 사랑은 판타지이지 않았던가?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현실 속의 드라마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러브 액츄얼리>는 비아그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운드를 즐기기 위하여 평상시보다 볼륨을 3∼5데시벨 정도 더 올려 감상해보길 권한다. 사랑스럽게 색을 재현하는 영상은 가끔 편차가 있는 화질을 보여주지만 민감한 이가 아니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고민 끝에 편집된 5개의 삭제장면은 영화에 또 다른 사랑의 입김을 보내는 부록들이다. 빌리의 노래처럼 영화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하여 제작되었지만 DVD는 크리스마스용만은 아니다. 사랑을 이야기한 <러브 액츄얼리> DVD에는 유효기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