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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9주년 표지 촬영현장 - [1] 현장 스케치
박은영 2004-04-29

Happy Birthday to Cine21!

“관계자 아닌 분들은 돌아가주세요. 죄송합니다.” 계동의 한 전시장, 당대의 스타배우 11인의 만남을 ‘비밀리에’ 진행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첩보를 입수하고 나타난 방송 카메라와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팬들의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이 사방에서 넘실대고 있었다. 여러 번 촬영협조를 요청하자, 아주 조금씩 줄어드는 인파. 그러나 여전히 부담스런 인원이 뒤편에서 버티고 있다. “관계자 아닌 분들~ 협조 좀 해주세요.” 끄떡도 않는 부동의 인구. 알고보니, 50명은 족히 되는 그들 모두가 ‘관계자’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블록버스터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한다는 다소 순진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를 한달 정도 준비하면서, 사실 우리도 반신반의했다. 십수명의 배우들을 한날 한시에 불러모은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어렵사리 섭외를 마치고, 디데이 사흘 전, 마지막 확인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여기저기서 변수가 생겼다. 그중에서 우릴 가장 긴장하게 만든 사건은 안성기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모임’의 구심점이 됐던 그가 불참한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었다. 다음날, <실미도>의 일본 개봉을 알리기 위해 출국했던 안성기가 돌아왔다. “안 잊었어요. 그날 봅시다.” 그렇게 우린, 무사히 디데이를 맞았다.

약속시간 30분 전까지 촬영장에 집합한 우리는 숨돌릴 여유도 없이 손님들을 맞았다. 김태우가 첫 테이프를 끊었고, 1등 놓친 것을 애석해하며 명랑처녀 김정은이 당도했다. 안성기, 박중훈이 도착하면서부터, 대기실 분위기는 명절 가족 모임과도 같아졌다. 조승우와 박해일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 어른들께 그러듯, 90도로 꾸벅 인사를 드리고도, 선뜻 마주 앉지 못했다. 반면 최지우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함께했던 두 선배 사이에 편하게 앉아 다정히 담소를 나눴다.

이병헌이 안성기에 얽힌 추억을 털어놓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제가 중학교 때 명동성당 근처에서 안 선배님을 처음 봤거든요. 근데 빠알간 바지를 입고 계신 거예요. 저 그때 되게 놀랐어요. 연예인들이란, 내가 상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사람들이구나, 했지요.”(이병헌) “아, 형님이 그런 바지를 입었을 리가 있나.”(박중훈) “그러게… 그랬을 리가 없는데. 뭐 촬영하고 있었나?”(안성기) “근데 병헌아, 네가 올해 몇살이지? 서른다섯? 내가 너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애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같이 가고 있잖아.”(박중훈) “그러고보니, 내가 참 오래 하긴 오래 한 거야.”(안성기) “그러니까 형님은 78년생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가 처음 영화 보던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배우 하고 계신 거죠.”(박중훈) 컷을 부르기 미안한 시점, 단체 촬영장에서 호출이 왔다.

라디오 방송 마치자마자 급히 달려와준 엄정화를 끝으로, 이제 모두가 모였다. 가뜩이나 무더웠던 봄날, 발전차까지 동원해 켜둔 강력한 조명의 열기 때문에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아직 얼굴이 덜 풀린 그들, 분위기 메이커 박중훈의 한마디에 화통하게 웃어젖힌다. “소리내서 웃자구. 자아, 하나두울~ 셋” “(일동) 와하하하하!” 그렇게, 그들은 기막힌 한컷을 만들어냈다. 촬영을 마치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총총히 떠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말로는, 글로는, 아마 다하지 못할 것이다. 애매한 나이 아홉살을 맞은 우리는, 그들의 축하와 격려 덕에 첫 번째 아홉수를 무사히 넘길 것 같다는 행복한 예감에 빠져 있다.

사진 <씨네21> 사진부·글 <씨네21> 취재부·장소협찬 래미안 문화관, 디자인 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