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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여, 안녕

60년대와 70년대 한국영화 장르의 한축을 담당하며 액션배우로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독고 성’(본명 전원윤, 사진 맨 오른쪽)씨가 지난 4월10일 향년 74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악극단 출신으로 시작하여 1956년 이강천 감독의 <격퇴>로 충무로에 데뷔한 독고성씨는 주로 활극영화에서 수많은 주연과 어깨를 견줄 만한 독특한 캐릭터의 조연으로 명성을 떨쳤다. 독고성씨는 당대 활극 장르의 성황과 함께, <검은 머리>(1964) <유혹하지 마라>(1967) <팔도 사나이>(1969) <홍콩의 단장잡이>(1970) <협객 김두한>(1975) 등 수백편의 작품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1998년 정지영 감독의 <>를 마지막으로 은막을 떠났다.

이만희, 김시현, 임원식, 최영철, 김효천, 임권택 감독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그 시대의 액션 히어로들인 장동휘, 박노식, 김희라, 오지명 등과 함께한 독고성씨를 각인하는 한마디는 ‘악인’일 것이다. 그는 많은 영화에서 조연이었고, 게다가 악인이었다. 그러나 극장을 찾은 관객은 그 악인을 사랑했다. 물론 <뜨거운 안녕>(김시현, 1967)에서 의리로 뭉친 순수한 사내, 만주 요동땅을 배경으로 한 검술극 <>(임원식, 1968)에서 백성을 구하는 정의로운 무사 역 등도 있었지만, 관객은 그가 주로 맡아왔던 악당 조연의 캐릭터에 많은 호감과 환호를 보냈다. 이 점은 독고성씨를 다른 배우들과 다른 자리에 있게 하는 독특함이었다.

생전의 독고성씨를 기억하는 임원식 감독은 그를 가리켜 “자기 연기 성격이 악역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1999년에 남긴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료에는 이런 본인의 술회도 있다. “주로 악역을 많이 맡았었다. 깡패두목 역할을 많이 하다보니 감독들이 주로 악역을 많이 의뢰해서, 실제의 이미지도 영화 속의 악역의 이미지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실제 사생활만큼은 공인으로서 성실하고 건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임원식 감독 역시 사생활에서의 그의 인품을 “인간적이고, 서민적이고, 친근감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영화에서는 독창적인 악당이었고, 극장에서는 위대한 스타였고, 생활에서는 착실한 서민이었던 독고성씨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