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컬러 95분
감독 이만희 출연 김진규, 백일섭, 문숙
제14회 대종상 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편집상, 신인상(문숙), 남우조연상(김진규)
제25회 베를린영화제 출품
이만희 감독의 유작 <삼포 가는 길>은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마흔넷이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만희는 이 영화 <삼포 가는 길>의 촬영을 끝낸 1975년, 녹음작업 도중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더더욱 애착이 간다. 비디오로 출시되었을 때, 마지막 장면이 잘린 채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순서도 뒤바뀐 채로 대중에게 보여졌다. 다시 TV로 방영하기 위해 원판필름을 순서대로 맞추고, 잘린 마지막 장면도 복원했다. 비디오판의 아쉬움을 TV판을 통해 복원하시기 바란다.
갈 곳 없이 공사판을 떠도는 죄수 출신 영달(백일섭)과 10년 만에 고향 삼포를 찾아가는 중년의 정씨(김진규), 그리고 술집 작부로 일하다 도망친 백화(문숙). 이 세명의 밑바닥 인생들이 주인공인 영화 <삼포 가는 길>은 이들이 삼포로 가는 길 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그저 담담하게 보여주는 로드무비이다. 세 인물은 70년대 경제개발에 희생당한 인물이고, 특정하게 갈 곳도 정하지 않은 채 길 위에 나선 인물들이다. 정씨의 고향이라는 ‘삼포’도 사실은 고향을 잃어버린, 그리고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동시대 사람들의 도피처 혹은 이상향이다. 아마도 ‘1970년대 한국’이라는 답답한 현실은 그 시대의 아픔에 대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래서 세 주인공 중 누구 하나도 이상향으로도, 안정된 생활이라는 도피처로도 데려갈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아까운 미완의 거장 이만희, 그는 이 영화 <삼포 가는 길>을 찍으며 자신 역시 결코 삼포로 갈 수 없음을 이미 알았던 건지도 모른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