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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블라인드 호라이즌>
2004-04-19

15일 개봉한 <첫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가 단기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23일 간판을 내걸 <블라인드 호라이즌(Blind Horizon)>은 기억상실증에 관한 작품. 주인공은 <롱 키스 굿나잇>이나 <조폭마누라2>에서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조각난 기억의 편린을 퍼즐처럼 맞춰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기둥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무대는 미국 뉴멕시코주 엘패소 근교의 작은 마을. 사막지대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사내(발 킬머)가 어린이들에게 발견된다. 며칠 만에 병상에서 깨어난 그는 이름도 모를 정도로 과거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이곳에서 대통령 암살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그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보안관(샘 셰퍼드)은 사내의 말을 듣고 웃어넘긴다. 한적한 이 마을에까지 대통령이 올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미모의 간호사 리즈(에이미 스마트)와 사내의 눈빛이 뜨거워질 무렵 약혼녀를 자처하는 클로이(니브 캠벨)가 나타난다. 그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며 사내의 이름은 프랭크이고 사는 곳은 시카고라고 말한다.

사내는 클로이를 전혀 기억해낼 수 없으나 일단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 그러나 미심쩍은 행동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뿐 아니라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수상한 사내가 접근해온다. 나는 과연 누구이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블라인드 호라이즌>이 다른 기억상실증 소재의 영화와 구별되는 것은 관객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주인공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 관객은 감독이 찔끔찔끔 흘려놓는 단서를 통해 주인공과 함께 기억찾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궁금증만 잔뜩 불러일으킬 뿐 추리의 재미는 느끼기 어렵다. 비밀을 푸는 열쇠가 엉뚱한 데서 튀어나오고 그나마 이가 잘 맞지도 않아 보인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서 잔뜩 꼬여 있는 실타래가 마치 알렉산더가 자른 골디우스의 매듭처럼 한꺼번에 풀어지면 통쾌함보다 허탈함이 앞선다.

감독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의 마이클 하우스만. 주인공의 머릿속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면을 만들어낸 솜씨는 돋보이나 이야기를 짜맞춰가는 실력은 아직 덜 익어 보인다. 시나리오를 쓴 인물이 와 <도어즈>의 작가 폴 벤즈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서울=연합뉴스)

상영시간 99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