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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빙하기` 가설은 엉터리?
2004-04-17

기후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로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다음달 개봉될 재난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기후 변화로 난류인 멕시코 만류가 차단, 동토의 땅이 돼버린 미국 뉴욕 맨해튼의 광경을 담고 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의 앤드루 위버 교수는 15일 과학잡지 '사이언스'에서 기후에 대한 연구 결과 지구 온난화가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화는 미 국방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 만류의 차단으로 북반구가 급속히 냉각, 15년 안에 전지구적인 기아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과 흡사한 주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방부의 시나리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피터 슈와르츠와 더그 랜들이 작성한 것으로 이들 누구도 기후 전문가는 아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북대서양 해수의 염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북대서양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밀도와 염도가 높은 해수의 작용으로 추정되는 지구 전체의 해류 체계가 차단, 멕시코 만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런 가설은 훌륭한 과학적 이론이긴 하지만 너무 극단적이어서 멕시코 만류 차단설에 동의하는 학자들의 지지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포츠담 기후효과연구소의 슈테판 람슈토르프 연구원은 멕시코 만류가 100년 이내에 차단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지만 "미 국방부의 시나리오는 극단적이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미 컬럼비아 대학의 월리스 브루커 교수 역시 대서양 해류가 지구 기후 체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으나 국방부의 시나리오가 제시한 변화의 속도와 심각성에는 의문을 나타냈다. 브루커 교수는 "보고서의 저자들은 주장을 과장했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막는 조치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위버 교수는 1억2천500만달러가 들어간 영화 <투모로우>의 예산이라면 "평생동안 내가 이끄는 연구팀 전체에 들어가는 돈의 10배는 족히 될 것"이라면서 이 돈이라면 심지어 어떤 기후 변화 시나리오가 가장 개연성이 높은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