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Inside DVD
삶, 말로 해야 압니까? <벌거벗은 섬>

<벌거벗은 섬>(裸の島)

1961년

감독 신도 가네토

상영시간 96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자막 프랑스어

출시사 와일드사이드 비디오(프랑스)

물이 나오지 않는 작은 섬에 부부와 아들 둘이 살고 있다. 큰아들이 학교에 가고 작은 녀석이 바다에서 놀 동안, 부부는 육지와 섬을 거룻배로 왕복하며 물을 실어나른다. 큰 사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대부분 물을 나르는 부부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엔 몇 마디 자막 외엔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자고로 어머니의 사랑이나 자연의 순환처럼 가장 위대한 것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말조차 일종의 유희로 보이는 그들에게 무언의 효과는 탁월한 것이어서, 관객은 대상에 몰입하게 된다. 그 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은유다. 섬은 벗어나고 싶으나 인간을 얽매는 운명과도 같지만, 그 안에서 기꺼이 땀을 흘리고 사는 부부에게 조그만 섬은 비록 빌린 땅이라고 할지라도 귀속되지 않는 자유를 의미한다. 흑백영상에서 더 두드러지는 검은 피부와 땀방울은 노동과 삶의 투쟁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벌거벗은 섬>은 비영화적인 영화 중 한편이다. 그러나 일상의 반복과 소소한 변화 속에 별다른 이야기라곤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체념은 아님을 그리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벌거벗은 섬>이 주는 감동은 적지 않다. 단순함을 미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미조구치 겐지의 조감독을 지낸 이치가와 곤과 신도 가네토는 일본영화의 고전시대와 뉴웨이브 시기 사이에 자리하는 감독이다. 두 사람의 많은 작품은 도전과 실험정신이 충만한 독자적인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데, <벌거벗은 섬>도 그 선상에 놓인다. 일본에선 신도 가네토의 전작이 DVD로 출시되고 있지만, 해외에서 그의 작품을 DVD로 보긴 쉽지 않다. 프랑스에서 출시된 <벌거벗은 섬> DVD의 본편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간단한 출연진 소개와 사진자료 외에 감독의 음성해설이 있지만 프랑스어 자막만 지원된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