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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영화제 논쟁 부른 루이사 아킬리 감독

유효한 장르 ‘포르노’를 허하라

“포르노는 하나의 유효한 영화장르다. 액션이나 로맨틱코미디처럼 장르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제작현장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필요가 있다.” 9일 막을 내리는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쏟아져 나온 ‘말, 말, 말’가운데 가장 도발적인 발언은 바로 다큐멘터리 <벌거벗은 페미니스트>를 출품한 여성감독 루이사 아킬리(31)가 관객과의 대화에서 꺼낸 이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73편의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논쟁적인 작품으로 꼽힐 만하다.

배우나 감독, 제작자 등 미국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벌거벗은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착취하고 희생시킨다는 포르노에 대한 일반적 시각을 전복한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여성으로서의 발언권을 행사하는 포르노 여배우들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충격적이기조차 하다. 이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미국 보스턴과 영국 런던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한 루이사 아킬리의 첫 연출작이다.

진보적 페미니스트들과 보수적 남성들 모두에게 공격받기 쉬운 이 ‘위험무쌍’한 주제로 첫 연출에 도전한 그는 ‘여성’과 ‘정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개인적 궁금증에서 3년 반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명한 포르노 배우인 니나 하틀리에 관한 잡지 기사를 읽고 그가 포르노 엔터테이너이자 페미니스트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데 매우 흥미를 느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매춘지역 취재를 갔다가 우연히 포르노사(史)가를 만나 영화의 주제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게 돼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게 됐다.”

포르노 종사자 목소리 담아낸 다큐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여성착취' 고정관념 뒤집어

영화를 만들기 전 아킬리 감독의 포르노에 대한 인식은 또래의 젊은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종사자들을 인터뷰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40여 명의 인터뷰 대상 여성들에게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단 한명도 거부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오히려 그들은 인터뷰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만한 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포르노 종사자들뿐 아니라 포르노에 매우 비판적인 여성학자들의 인터뷰도 등장한다. 인터뷰 동안 감독은 다른 의견을 제시해보기도 했지만 그의 의견은 매우 완고했다. 감독은 “포르노를 긍정하거나 반대하는 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지만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전체 포르노 업계로 따진다면 소수그룹이라는 것에 감독은 동의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도 여성의 입지는 매우 좁고, 그들의 목소리는 작다는 걸 생각하면 이들을 주류에서 벗어난 이단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 그리고 그가 포르노를 하나의 장르로 봐야 한다는 건 비디오대여점에서 액션이나 코미디처럼 엄연히 한 코너를 차지하는 수요가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포르노 제작과 유포가 불법인 우리나라 대여점에는 대신 ‘에로물 ’ 코너가 있다).

“포르노도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할리우드처럼 제작과정이 개방되고 투명해져야 오히려 착취나 음성적 제작도 사라지고 여성들도 자신이 원하는 섹스영화를 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