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흑백 98분
감독 이만희 출연 윤정희, 최남현, 김석훈
EBS 4월11일(일) 밤 11시10분
제4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출상, 연기상
제3회 백마상 남우주연상
‘이 얘기는 결코 신화가 아니다’라는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풍기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만희의 영화 <싸리골의 신화>는 선우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공영화이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지만, 공간적 배경이 된 싸리골은 허구의 장소이다. 아마도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당시 어느 마을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이에 좀더 신비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이런 신비로운 기운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 노인(최남현)의 성격에서 한층 고조된다. 선이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많이 맡았던 최남현의 연기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노인에게서 어딘가 모를 비범함을 느끼게 하고, 이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며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다. 1970∼80년대 TV를 통해서 우리 눈에 익은 배우들- 문정숙, 윤정희, 박노식, 박기택, 김석훈, 최봉, 김정철, 양훈 등을 비롯해 송재호, 강민호, 이철- 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문희, 남정임과 더불어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명이었던 톱스타 윤정희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67년 강대진 감독의 <청춘열차>로 데뷔했고, 이후 김수용 감독의 <안개>, 장일호 감독의 <그리운 가슴마다> 등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며 한국영화의 최고 여배우로 자리잡는다.
언제나 독특한 분위기로 관객을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이만희 감독, 그의 회고전 두 번째 영화인 <싸리골의 신화>에서도 이만희의 연출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시라.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