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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협 반대로 통합전산망 무산위기
2004-04-08

오는 9일로 가동 100일을 맞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전국 스크린의 4분의 1이 넘는 극장이 소속된 서울시극장협회가 "발권 정보를 영화 종영 후 전송하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극장협회의 결의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26%에 불과한 통합전산망 가입률을 높이려고 애쓰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로서는 결정타를 맞게 됐다. 영화 개봉이 끝난 뒤 발권 정보를 받으면 하루 관객 통계를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주간 단위의 박스오피스 집계도 불가능하다.

아시아의 영화강국으로 손꼽히면서도 관객 통계만은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와 영진위는 영화관별, 영화별, 지역별 관객 통계를 신속 정확하게 집계함으로써 효과적인 투자와 배급, 합리적인 수익 배분, 과학적인 정책 수립 등에 보탬이 되기 위해 1996년부터 통합전산망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통합전산망 시범사업자 선정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불거져나온데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도 법정 소송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0년 8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사업 추진과 운영에 관한 권한을 넘겨받은 영진위는 지난해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그해 12월 중간전산망 사업자와 영화관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연동신청 공고를 낸 데 이어 올해 1월 1일 가동을 시작했다.

국내의 영화관 입장권 중간전산망 업체는 모두 7개. 이 가운데 시네매드와 공동으로 전산망을 운영하는 인터파크와 시네시스, 맥스무비, 메가박스는 영진위로부터 통합전산망 연동자격 인증을 마쳤다. 현재 인증심사가 진행중인 롯데시네마와 CJ시스템즈는 이달 안으로 인증을 받을 예정이며 가장 가입자가 많은 티켓링크는 유일하게 연동자격 인증신청을 하지 않았다.

극장별로 보면 중간전산망 업체에 가입한 전국 155개 극장 943개 스크린 가운데 통합전산망에 연동을 신청한 곳은 37개 극장 245개 스크린에 머물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가운데서는 16개 극장 134개 스크린을 보유한 CGV만이 통합전산망 가입을 미루고 있다.

현재 통합전산망을 둘러싸고 영진위와 극장측이 가장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실시간 정보의 제공 여부. 영진위의 이춘성 국내진흥부 3팀장은 "원자료가 아니라 극장측이 가공한 자료를 받는 것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기본적인 통계 발표 이외에는 발권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는데 극장측이 왜 기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최백순 서울시극장협회 상무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기업의 경영정보를 실시간으로 내놓으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통합전산망 구축사업은 어디까지나 극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전산망 추진과정에서 극장측과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영진위와 서울시극장협회는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영진위는 "통합전산망 운영위원회에 극장 대표가 참여하지 않다가 실시간 정보 제공을 전제로 구축된 통합전산망에 참여를 못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극장협회는 "처음부터 극장측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극장 측이 통합전산망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세원(稅源)노출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경영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보여 경영투명화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CGV의 민철환 운영지원팀장은 "통합전산망 연동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하루나 주간 단위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진위는 "CGV는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극장이 같은 요구를 해올 때는 전체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통합전산망에 가입할 때 극장이 얻는 혜택은 연간 20일의 스크린쿼터 감경 규정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러나 연간 146일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가운데 성수기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면 하루를 3분의 5일로 계산해주고 문화관광부 장관이 한국영화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인구 10만 이하의 시나 군 지역은 40일, 그외는 20일 범위 안에서 의무상영일수를 단축할 수 있어 별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어느 경우에도 106일 아래로는 내려갈 수가 없어 통합전산망 가입으로 감경 혜택을 받는 극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해 전부터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50%를 넘나들고 있는 것도 스크린쿼터 감경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영진위와 문화관광부는 여러 유인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극장시설 개-보수나 신축 때 담보 융자를 해주는 사업은 통합전산망 연동신청 극장으로 제한했다. 통합전산망에 상영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오기 때문에 상영 신고의무도 면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발권 데이터 전송 소요비용을 지급하는 방안과 입장권 판매에 징수되는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일회계법인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통합전산망 참여극장에 대한 조세감면 방안을 마련하고 보완을 주문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조세감면 방안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관련부처와의 협의나 국회 통과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