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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꽃보다 아름다워> 마지막 촬영장의 고두심
김도형 2004-04-08

“어쭈, 그랬지, 좋아 나랑 전쟁을 하자 이거지.” 재수(김흥수)가 엄마(고두심)에게 치약을 짜서 묻히고 달아나고 엄마는 “야, 그거 나줘”하며 재수의 치약을 뺏아으려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평상위에서 기저귀를 개던 미옥(배종옥)과 남편 영민(박상면)은 그런 모습을 즐겁게 바라본다. 6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삼성리 시골집에서 촬영된 <꽃보다 아름다워>의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15일 방송)은 드라마 내내 몇번쯤은 나왔던, 조금은 싱거운 결말처럼 보인다.

이혼도 하지 않은채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간 남편이 병든 내연의 여자를 위해 신장을 떼어달라고 하자 “아이들한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요구에 응한 바보같은 엄마와 그런 그런 엄마를 끔직히 생각하는 자식들간의 정겨운 모습. 하지만 치매기를 보이던 엄마가 결국 몸쓸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본다면 결말 부분은 이 드라마가 얘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어 새삼스럽게 보인다.

병든 엄마를 보살피며 살겠다던 재수가 엄마를 잃어버릴뻔 하자 미옥과 영민은 요양원 근처 시골집을 얻어 이사를 오고 재수와 미수도 틈틈히 내려와 엄마와 놀아준다. 거기에는 의무감 같은 것은 없다. 아프다고 버릴 수 없는, 드라마 제목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가족간의 끈끈한 정만이 흐를 뿐이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정원 한모퉁이에 화단도 꾸몄다.

“아픈 엄마를 다시 귀찮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한가지, 어머니 당신이 있어서 정말 행복한 인생이었습니다”라는 미옥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가슴을 울린다. 가슴설레게 하는 재벌2세나 실장님이 없어도, 출생의 비밀이 없어도, 꿈같은 러브판타지가 없어도 가슴울리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데는 엄마역의 고두심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빨리 빨리만 돌아가는 세상에 느릿느릿 사는 어머니와 돈은 없지만 식구들끼리 예쁘게 사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공감한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가족간에 대화없이 지냈는데 식구들끼리 정스럽게 사는 것,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웠다”고 했다. 피곤하다고 나는 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따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앞으로 자주 말을 걸거나 장난을 치거나 해야 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초반 시청률이 한자리 수에 머물렀지만 “요즈음 볼 것 <꽃보다 아름다워>밖에 없다는 주위에 격려에 조바심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오랫만에 좋은 드라마를 하고 있는 것같아 행복했다”는 고두심은 이내 시청률도 크게 오른 것은 “연출자와 작가, 연기자가 층하없이 절묘하게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기를 챙길줄 모르고 자식만을 생각하는 바보같은 어머니를 절묘하게 보여준 고두심은 “나도 이러다가 진짜 (치매)가 오는 것 아니겠지, 아까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니까”라며 농담을 건넬정도로 배역에 흠뻑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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