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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계 영화감독 리사 마도에린
2004-04-08

"처음에는 정체성을 찾으려고 촬영했지만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한국을 떠나기로 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2일 개막한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에 다큐멘터리 <세상 끝까지>로 참가중인리사 마도에린(28) 감독은 세 살 때 이민간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피를이어받은 스위스인이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던 중 부모님의 이야기에 관심을 옮기게 됐다.

제목 <세상 끝까지>는 자신의 어머니 김명희씨에게 '세상 끝까지라도 당신을 쫓아가겠어'라고 말한 일본인 아버지 아키오 이치가와의 사랑 고백에서 따온 말.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마도에린씨를 혼자 낳아야 했고, 그는 서류상 외삼촌의 딸로 태어나 3년 뒤 한국에 사망신고서를 낸 뒤 어머니와 함께 스위스로 건너간다.

영화는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가 싫어 떠난 어머니와 어린 나이에 스위스에 이주한 자신의 고단했던 삶을 그리고 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7년 만의 일. 7년 전 홍대 앞 바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8년간 한국에 머물었던 그는 이때의 경험으로 생긴 정체성 고민을 대학 졸업작품 소재로 택했고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부모님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얘기해보고 싶었던 것이 정체성 문제였죠. 하지만 편집을 위해 40시간 분량의 촬영 테이프를 프리뷰하다 보니 마음에 들고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모두 부모님 얘기더군요. 제관심도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가족사 얘기로 옮겨졌고요." 여성을 둘러싼 보수적 틀은 그가 한국을 떠나 스위스로 향한 25년 전과 마지막으로 한국에 왔던 7년 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듯하다.

짧은 기간이지만 다시 한국을 찾은 느낌을 묻자 그녀는 "많이 변했지만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관습은남아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 여성 감독을 만났는데 애 엄마가 되면서 영화 일을 포기했다고 하더군요.한국 문화의 일부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쩌다보니 일이 그렇게 됐어요…'라는 끝이 흐려지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에게 '스위스에서 여성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묻자 "남성 감독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 전 한 유명 잡지에서 유망 영화 감독들을 다룬 기사가 있었는데 모두 여성 감독이더군요. 스위스에서는 여성이라고 해서 연출을 하는 데 특별히 어려움이 없습니다. " 자신에 대해 "100% 스위스인도,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진행중이다.

"왜 아이덴티티가 중요할까?"라는 말은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다음 작품도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얘기예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스위스 사람혹은 스위스에서 사는 한국 사람의 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작이 결정되면 1년쯤 기간을 잡고 한국에 다시 와서 지내고 싶습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