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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새>의 이서진
2004-03-31

“다시. 생기 발랄이 죽었어.”

오경훈 피디는 바닷가를 함께 뛰어다니며 사랑을 불태우는 배우 이서진과 이은주의 표정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두 배우는 어느 새 파도가 발자국을 지워놓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사랑에 빠진 연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바닷물에 절은 이서진의 다리털이 오그라붙을 즈음에야 오 피디는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주 말 제주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 ‘국민 드라마’ <대장금>의 뒤를 이을 문화방송의 새 월화 미니 시리즈 <불새>(극본 이유진, 연출 오경훈) 촬영이 한창이다.

<대장금> 바로 전에 방영된 드라마 <다모>에서 종사관 황보윤을 연기하면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같은 대사와 함께 큰 인기를 ‘얻어버린’ 배우 이서진에게 쏟아지는 것은 이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팬의 관심과 사랑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서진도 “시청률보다는 다모폐인들이 ‘이서진이 현대극에서 얼마나 잘 하나’ 하고 지켜볼 거란 부담이 더 크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작품 선정에 더 신중했단다. 이날 저녁 남제주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그는, 역시 강한 멜로라인을 가진 전작에서 사랑의 맛을 봤다면 “이번엔 깊이를 음미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여자와 각기 다른 형태의 복잡하고 미묘한 사랑”이 그 깊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서진의 설명이다.

장세훈. <불새>에서 그가 맡은 역이다. 장세훈은 가난한 고학생으로 드라마 초반부 부잣집 딸인 이지은(이은주)과 운명처럼 만나 결혼하지만 끝내 차이고 만다. 10년 세월은 두 사람의 위치를 바꿔 놓는다. 그 사이 세훈은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유력 회사 서린그룹의 대표이사가 되지만 지은의 집안은 몰락한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사랑을 향해 치달아가리라는 것은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유진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는 때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주인공 사이에는 서린그룹의 아들로 지은을 사랑하게 되는 서정민(에릭)과, 세훈과 함께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된 뒤 세훈에게 집착하는 윤미란(정혜영)이 끼어들어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이서진은 “저는 항상 고아나 서자 역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도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역이예요”라며 농반진반 ‘배역 운명론’을 제기한 뒤 “장세훈은 굉장히 생각이 복잡하고 항상 긴장돼 있는 역할로 연기 하기가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5일 밤 9시55분 첫 방송.

제주=한겨레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