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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냥 나오는 연기가 아니여~ <목포는 항구다>의 ‘가오리’ 박철민
김도훈 2004-03-24

15년의 연극무대에서 질펀하게 흘러나온 그 잘 익은 페이소스. 그것을 희극의 카리스마로 담아낸 <목포는 항구다>의 감초 조연 박철민을 만났다.

전라도 사투리가 질펀하다.

고향이 전라도다. 인표나 타 지역 출신 배우들에게 사투리 감수도 했다. 삶에서 나오는 맛깔스런 남도 사투리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상업 코미디영화에서 보는 것은 낯설다.

<부활의 노래> <꽃잎> 등 사회성 짙은 드라마들에 종종 출연했다. 학생 때도 날라리 운동권이었고(웃음), 나 같은 광대들도 모순의 현장에 나가게 되는 시기였으니까.

애드리브가 생생하다. 특히 그 대사.

“쉭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는 어릴 때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했던 대사를 살린 것이다. 감독이 나를 위한 여백을 많이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자유스럽게 그 공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사실 촬영 때에는 35도의 더위에 너무 지쳐서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이 될지 몰랐다. 극장에서 보고야 스탭들이 “형 이게 이렇게 재미있을지 몰랐어”라더라. (웃음)

코미디 조연으로 부각되면서 경계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 15년을 머물러온 연극판에서도 나는 웃음과 익살의 장치로 활용돼왔다. 나만의 색깔, 희극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가오리의 대사들에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뭉클한 표정으로) “말하는 공주보다는 말 못하는 친구 개구리가 좋소. 난 여기 있을란다. 내가 떠나면 여기는 누가 지키겄냐”라는 대사가 너무 좋다. 감독도 나도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찍고 나서 뭉클해졌다. 극장에서 4번을 보았는데 볼 때마다 찡해진다.

연극을 하고자 하는 젊은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젊은 영화배우들도 서너달 동안 조바심내지 말고 연극무대에 한번 흠뻑 젖어봤으면 좋겠다. 지금 <햇빛 쏟아지다>를 함께하고 있는 승범이도 연극무대의 경험 이후 연기가 무척 깊어졌다. 무대에서의 땀방울은 연기에 큰 자산이 되어 돌아온다.

앞으로의 계획은.

<역도산>에서 잠시 등장하는 역할이 있다. 유일한 한국어 대사장면이다. (웃음) 언젠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자유스러운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다. 관객이 그 바보스러움에 한없이 웃다가 돌아서면 슬픔과 눈물을 느끼게 되는 그런 사람 말이다.

희극의 페이소스로 무엇을 하고 싶나.

더불어 산다는 것,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적인 제도로 도움받고. 또 멀쩡한 중산층도 그것을 환영하는 세상.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 거기에 연기로 일조하고 싶다. (아주 환한 웃음)

글 김도훈·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