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댄서로 입신양명하길 꿈꿨던 제니퍼 빌즈에 비하면 허니는 ‘좀더 계몽적’ 태도다. 허니 자신은 프로 안무가가 되길 꿈꾸는 동시에 마약과 폭력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인 뉴욕의 아이들에게 댄서의 미래를 안겨주려 애쓴다. 뮤직비디오의 안무가로 뜬 뒤에 그의 소망은 자신의 수입을 쏟아부어 아이들을 위한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된다. 심지어 그는 “거인처럼 보였던” 백인 뮤직비디오 감독의 거만한 ‘작업’에 따귀로 응수한 뒤 동네 이발소 운영에 만족하는 흑인을 연인으로 삼는다.
힙합영화의 속성이겠지만 흑인에 대한 친연성, 도시 슬럼가의 청소년 문화란 코드는 과 통하는 데가 있다. 잘해야 중학생이나 될 듯한 흑인 소년이 “노력해도 안 돼. 그게 세상이야”라고 이미 모든 걸 눈치채버린 듯 읊조린다(물론 소년은 허니의 천사 같은 손길에 구원받는다). 에미넴이 보여준 자기고백적 진정성에 비하면 제시카 알바와 그의 친구들이 펼쳐가는 위기의 순간들은 MTV적이라 할 만큼 작위적이긴 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위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의한 맥빠지는 음악영화 <크로스로드>와 비교하면 그 순도가 더할 나위없이 높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