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는 우리나라에 이상하게 군대를 소재로 한 만화를 찾기 힘들었다. ‘전쟁’만화가 아니라 ‘군대’만화 말이다. 전쟁만화로 폭을 넓혀도 제대로 된 만화를 찾기 힘들다. 60∼70년대에 활약한 이근철의 여러 작품이나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한 차형의 작품, 그리고 정운경의 <진진돌이> 같은 작품을 제외하면, 전쟁만화는 많지 않다. <남벌>(이현세)을 전쟁만화라 우기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판타지만화에 가까우니 생략. 병영을 소재로 한 만화로 박호성의 <찌그다시의 병영노래>, 민경태의 <빤빠리 선착순> 정도가 있다. 젊은 나이에 사회와 격리되고, 전혀 낯선 공동체에 들어가 생활한다는 이 흥미로운 소재를 나병재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의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서 ‘상식의 선’이란 있을 법한 이야기, 철저한 시각적 고증, 밉지 않은 과장, 동의할 수 있는 욕망 등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평범하게 살아온 대학생 김가빈. 그가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가서 훈련소를 거치고 자대에 가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제대로 된 군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그간의 사정에 비추어보아, 나병재는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예비역들의 경험을 녹여내어 하나의 공감대를 만들어간다. 담배 한 개비에 목숨을 건 이야기, 훈련소 조교의 카리스마 세우기, 자대의 무서운 고참들, 신임 소대장과 고참들이 대결, 축구광 대대장에 새로 들어온 신임병 이야기까지. 평범하지만 황당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 평범함의 황당함이 이 만화 <굳세월아 군바리>의 힘이다. 대한민국 육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의 힘과 함께 독자를 빨아들이는 매력은 바로 섬세함과 세밀함이다. 작가는 군대의 풍경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숏은 늘 풍경을 잡아내며 인물로 들어오고, 인물은 군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경 속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럴듯하게 고증없이 그려대는 이미지가 아니라 꼼꼼한 기억을 통해 재현되는 군대의 이미지는 추억을 칸 속에 재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2권 35쪽의 관물대 정리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꼼꼼한 정경은 이 만화의 압권 중 하나다. 배경이 되는 기계화보병의 여러 훈련모습도 실재에 가깝다. 군대가 무엇인가? 나병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세월을 보내라고 한다.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