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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군대의 어리석음을 비웃어주마, <더티 더즌>
류상욱 2004-03-03

사형수나 무기수에게 감형이나 사면을 조건으로 불가능한 작전에 가담하게 만든다. 이것은 관객 1천만을 돌파한 <실미도>의 내용이다.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이 1967년에 만든 <더티 더즌>의 내용도 위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실미도>는 민간인 죄수가 그 대상이라면, <더티 더즌>은 군 형무소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라는 것이다. <실미도>의 안성기처럼, <더티 더즌>에서 죄수들을 모으고 훈련시키는 역할은 리 마빈이 맡고 있다. 12명의 죄수들은 모두 사형을 앞두고 있거나 몇 십년의 강제노역 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결국 훈련을 받고 작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실미도>와는 완전 딴판이다. 그들이 훈련받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비군 훈련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군기는 전혀 없고 훈련은 놀면서 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지휘관인 리 마빈도 군 장성들에게는 불손한 태도로 대하고 불만에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리 마빈은 범죄자들과 함께 독일군 장교들을 살해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결국 그 12명 중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은 찰스 브론슨 단 한명이다. 그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작전을 세운 미 육군당국 역시 미쳤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하고, 멍청한 대령을 등장시켜 군 고위 장교들의 한심함을 드러낸다. 리 마빈은 열두명 사이의 단결력을 높이려고 하고 어느 정도 팀워크는 생기지만, 그들 사이에 눈물겨운 전우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전형적인 특공대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과 군대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다. 군인이지만 군인이기를 거부하고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 군인 아닌 군인으로 복귀한 그것 자체가 그 주제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추억의 명배우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리 마빈과 어네스트 보그나인, 찰스 브론슨, 조지 케네디, 도널드 서덜런드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배우는 미국 독립영화의 대부인 존 카사베츠 감독이다.

류상욱

Dirty Dozen / 1967년 / 로버트 올드리치 / 150분 / 1.85:1 비아나모픽 DD 2.0 영어/ 한글, 영어/ 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