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금발의 아킬레스, 칼을 들다, 해외신작 <트로이>
김혜리 2004-03-02

태양의 화살이 쏟아지는 갑판 위에 용장 아킬레스가 군신(軍神)도 질투할 위용으로 서 있다. 적의 성채 트로이를 향해 그의 팔이 깃대처럼 솟아오르면 명을 받은 카메라는 공중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시야가 넓어짐에 따라 한 척의 배는 수십 척으로, 다시 거대한 선단으로 위용을 드러낸다. 헤아릴 수 없는 함선들이 푸른 바다를 붉게 뒤덮는 순간 관객의 팔뚝도 소름으로 덮인다.

2003년 말 <매트릭스 3 레볼루션> 본편에 붙어 공개된 <트로이>의 예고편은 그처럼, 순수한 스펙터클의 원초적 센세이션을 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 그대로의 스크린 서사시를 고대하는 관객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런던, 말타, 멕시코 등지를 순회하며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트로이>는 ‘개전’을 석 달 가량 앞둔 상태. 벌써부터 성공하면 <오디세이>가 속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냐는 둥, 브래드 피트와 올랜드 블룸의 누드 장면이 있다는 둥 이러쿵저러쿵이 많지만, 역시 현재 관심의 초점은 작가 데이빗 베니오프()가 어떻게 3000여년 전 대전란을 2시간 반 남짓한 드라마로 고쳐썼느냐다. 우선 베니오프는 트로이 전쟁이 호메로스가 지은 <일리아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다양한 사료와 트로이 전쟁사를 토대로 <트로이>의 시나리오가 자유롭게 쓰여졌다는 뜻.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트로이>에서는 <일리아스>의 전세에 중요한 변수였던 올림푸스 신들의 시기와 쟁투는 사라진 대신 인간들의 자유의지 속에 숨어들어 운명에 대한 신의 뜻을 실현한다.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도 많은 요소를 차용했을 만큼 함의가 풍부한 전쟁인만큼, 현대적인 터치도 상당히 가미되었으리라는 전망이다.

<트로이>에서 고대의 신전과 성벽, 목마에 지지 않는 장관은, 마침내 살아있는 육체를 얻은 오디세우스, 헥토르, 디오메데스, 파트로클루스 같은 고대의 호걸들. 그 중에서도, 우정출연과 목소리 연기를 제외하면 3년 만에 출연작을 고른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는 촬영 중 왼쪽 아킬레스 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배역에 대한 철저한 몰입(?)을 과시했다.

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