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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극장, 기지개를 켜다
김수경 2004-02-23

<태극기 휘날리며> <어깨동무> 디지털 상영, 일반화까진 콘텐츠 수급 등 난제 산적

지난 2월17일 메가박스 1관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사진)의 디지털 시사회가 열렸다. 리마스터링을 통해 필름을 디지털화한 뒤 영사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해상도 2048라인의 크리스티 영사기가 사용됐다. 이것은 HD급을 능가하는 화질구현이 가능한 상영시스템이다. 메가박스는 “2048라인의 고해상도 상영도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해상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업영화를 상영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디지털 상영으로 잘 알려진 신촌 아트레온 극장의 영사시스템의 해상도가 1300라인 방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사는 디지털 영사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발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 19일 상암CGV 3관에서는 <어깨동무>가 디지털 시사회를 가졌다. <어깨동무>(개봉 3월12일)는 상암CGV에서 계속 디지털 상영될 예정이다. 상암CGV도 메가박스와 동일한 영사시스템(일명 2K영사)을 구비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홍콩에서 리마스터링한 데 비해 <어깨동무>는 영진위와 제작사의 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리마스터링을 마쳤다. 메가박스와 CGV는 동일한 크리스티 영사기를 사용하지만 디지털 영사시스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서버와 압축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메가박스는 GDC와 AVICA서버, MPEG2 압축방식을, CGV는 QUBIC서버와 웨이브랩 압축방식을 사용한다. 이 기술방식의 차이가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성능과 효율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CGV 등이 시동을 걸었지만 디지털 상영이 본격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콘텐츠 수급이 문제다. 현재 가장 먼저 디지털 영사를 시도했던 아트레온과 메가박스의 경우 콘텐츠 수급과 시장환경을 이유로 상업적인 디지털 상영은 유보하고 있다. 지금처럼 필름 제작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배급사가 극소수의 디지털 상영관을 위해 리마스터링 작업을 추가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다. 리마스터링 비용은 5~10만달러 수준에 이른다. 다만 외화의 경우 이미 할리우드가 디지털 배급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어 수급에 일정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월경 디즈니의 신작을 CGV와 메가박스에서 각각의 기술방식에 맞도록 디지털 소스를 받아 상영할 계획이다. 할리우드에서는 디지털 배급이 실현되면 대작 영화의 경우 작품당 2억달러 정도의 배급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촬영단계부터 디지털 공정이 시작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배급비용의 절감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상영은 관객에게도 이롭다. 영화를 언제 보더라도 늘 첫 상영 상태의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필름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에서 벗어난다는 측면도 있다.

아무튼 국내에서 디지털 극장이 일반화하기 위해선 고비용이 수반되는 극장의 시설 교체, 영화 제작공정의 디지털화 등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