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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웨스턴 신화의 시작, <황야의 무법자>
류상욱 2004-02-18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0년대에 <로우하이드>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다. 이때 세르지오 레오네는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이상한’ 서부극을 기획한다. 그는 이 서부극의 주연배우를 헨리 폰다, 리처드 해리스, 제임스 코번 등에게 제의했지만 그들은 모두 퇴짜를 놓는다. 그래서 결국 신인배우에게 그 역할이 돌아갔다. 이제 막 시가를 씹으면서 인상을 쓰는 이름없는 총잡이가 등장하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불리는 신화가 시작되게 되는 것이다. 그 첫 영화가 바로 <황야의 무법자>이다. 이후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시리즈로 이어지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마카로니 웨스턴은 장르적으로 본다면 ‘전문가 웨스턴’에 가까워 보인다. 주인공은 정의가 아닌 돈을 위해서 일한다. 하지만 그가 악한 것은 아니다. 또 <황야의 무법자>의 구조는 ‘전통적 웨스턴’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마카로니 웨스턴은 전통적 웨스턴의 구조에 전문가 웨스턴의 인물을 결합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을 하나의 우화처럼 만들려고 했다. 그에게 냉소적이면서도 지적인 주인공은 가브리엘 천사의 현현이었다. 그는 홀연히 한 마을에 도착해서 악당들을 쳐부수고 한 가족을 구한다. 조지 스티븐스의 <셰인>의 총잡이와 같은 존재이지만, 그와 다른 것은 어쨌든 그 역시 돈을 챙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총잡이가 추상적인 존재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자신의 영화가 성서적이고 신비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서부극 <페일 라이더>에서 이 주제를 발전시켜 ‘목사-총잡이’라는 인물을 창조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서부극의 신화를 해체하는 데까지 이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의 여정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은 웨스턴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해체하는 사유의 완성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류상욱

1964년 / 세르지오 레오네 / 100 & 96분 (2 Discs) / 2.35:1 비아나모픽 & 아나모픽 / DD 1.0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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