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인터뷰
최종 관심사는 역시 콘텐츠, 명필름 이사 이은

강제규와 손잡고 MK버팔로 탄생시킨, 명필름 이사 이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에 기뻐하는 영화인이 제작진과 강제규필름 직원만은 아니다.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입을 다물지 못할 이들이 있으니 바로 명필름 사람들이다. 얼마 전 강제규필름과 결합해 MK버팔로라는 새 회사를 만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자동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는 명필름의 영화가 된 셈이다. 명필름 이사인 이은 감독은 이런 계약을 이끈 인물이다. 사업다각화를 노리는 수공구업체 세신버팔로와 명필름과 마찬가지로 증권시장 자력진출이 좌절된 강제규필름을 묶는 일을 성사시킨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에 가려져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계약이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필름, 강제규필름이 합친 규모에다 앞으로 특정 배급사가 이들 영화의 유통을 전담한다면 일정한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은 감독에게 궁금한 것은 이런 변화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였다. 명필름의 브레인으로서 그가 꿈꾸는 MK버팔로의 미래와 명필름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MK버팔로 설립의 핵심은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이 합친다는 얘기 같다. 그렇다면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사가 되고 신규사업 진출이나 확장을 예상하게 되는데 크게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림은 아직 안 나왔고, 원칙만 나온 상황이다. 강제규 감독은 제작하는 역량이 출중하고, 명필름은 제작관리를 효과적으로 한 경험이 있으니까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통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것이 다른 한국영화 주체들의 노력을 통해 긍정적으로 전개되는 전체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포석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CJ나 시네마서비스 같은 메이저 모델을 지향하는 건가? 독자적인 투자, 배급사로도 기능하는 것 아닌가.

=배급이나 극장이 문제인데 콘텐츠 중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라서 유통이나 수직 통합의 관점에 관해서는 아직 특별한 뜻이 없다. 관심의 대상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일 따름이다. 배급과 제공을 대칭점으로 보면, 이러한 구분에서 우리도 제공사의 위치까지는 가겠다는 판단이다. 배급의 경우는 가급적 전략적 제휴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쇼박스나 롯데시네마와 결합한다면 상당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데.

=가급적이면 남에게 폐를 안 끼치면서 순리대로 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시장전망과 경쟁력 있는 구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금 순리는 개봉된 <태극기 휘날리며>에 집중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두 영화사가 결합을 선택한 제일 큰 이유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상장기업의 논리만을 따르다보면 제작 면에서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 사업에서 근본적인 성패는 시장에서의 자체 경쟁력에 좌우될 뿐이다. 상장과 비상장이라는 구분은 그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장과 비상장의 차이는 사업을 잘한다는 가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 정도다.

-세신버팔로의 김문학 대표와 알던 사이라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러한 결합이 이루어졌는가.

=중·고등학교 동기였지만 학창 시절에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지난해에 골프 치다가 재회했다. 강제규 감독과는 지난해 3월부터 합의가 되었고 당시에 다른 코스닥 기업들과도 접촉했다.

-강제규필름말고도 다른 영화사와 결합하는 것도 염두에 뒀을 텐데, 강제규 감독과 마음이 맞은 건 언제였나.

=강제규 감독과 같이 작업하자는 이야기는 역사가 길다. 1992년이었나? 방배동 장산곶매 시절 친구들인 장윤현, 오창환과 더불어 장이오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다. 심재명 대표와 명필름 만들기 전인데 강제규 감독이 비디오 공포영화를 찍던 영화발전소 시절이다. 사무실이 건물 하나 건너 있으면서 둘 다 후배들 데리고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합치자”는 말을 자주 했다. 반쯤은 농담처럼. 그랬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명필름이 올해 가장 먼저 내놓을 영화는.

=흔쾌히 답하기가 어렵다. 내부에서 시나리오를 개발할 때 작업의 완성도를 1부터 5 정도의 수치로 평가하는데 3 정도의 수준이면 제작 일정을 수립한다. 현재 사정은 1.0 정도 버전이 많아서 라인업의 순서에 대한 확답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대물은 가급적 빨리 진행하고 <노근리 다리>나 <아리랑> 같은 시대적 배경을 지닌 작품은 신중하게 꼼꼼한 고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명필름은 이제까지 같은 감독과 작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해 준비하는 작품을 보면 임상수, 임순례, 최호, 김현석 감독 등이 다시 명필름에서 찍는다. 어떤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전작을 통해 PD와 감독 사이에 이루어진 기존의 커뮤니케이션도 일종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영화사마다 각각 감독을 안는 방식이 있다. 싸이더스는 감독에 대해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배려하는 편이고, 영화사 봄은 감독과의 신뢰 혹은 인간관계가 좋은 편이고. 명필름의 경우는 합리적인 관행을 확보하면서 프로젝트별 기여도를 객관화하는 방식으로 일할 생각이다. 영화의 성격에 따라 감독의 지분이 달라지겠지만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4명 감독과는 일정한 신뢰를 구축한 터라 장기적으로 함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엔 뭐 장기적인 생각 같은 거 할 겨를이 별로 없었던 거고.

-<욕망>이 개봉한다. <욕망>처럼 상업적인 매력이 부족한 프로젝트는 돌파구가 쉽지 않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만들 텐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비주류 프로젝트의 가능성은 시장 다양성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본다. ‘웰메이드’나 ‘트렌드’를 좇는 영화만이 살아남는 것이 현실이다. 비주류 프로젝트는 프로듀서로서 이상주의의 일종이라고도 생각한다. 나쁘게 말하면 오만, 좋게 말하자면 도전정신. 임순례 감독이 준비하는 <무림고수>도 그런 분류에 속할 것이고, 심보경 이사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DJ. DOC 이야기도 그 한 예다. 앞으로는 <영매>의 경우나 <송환>을 참고할 것이다. 단관 개봉이나 디지털 시장도 가능성이 생겨야 한다. 영진위의 새로운 지원책인 텔레비전용 극영화 지원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DJ. DOC 프로젝트는 TV와 영화를 동시에 노리는 방향도 가능하다.

-상장기업이 됨으로써 비주류 프로젝트가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벼운 영화에 대한 경계도 너무 무거운 영화의 경계도 있을 수 있겠으나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을 통해 기업에 해를 끼치는 상황을 제외한다면 영화의 리스크는 단지 상존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작품의 수가 많을수록 기업 내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강제규필름의 프로젝트는 올해 <몽정기2> <쉬리2>인데, 명필름 영화를 보완하는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정계 진출설이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공천대상으로 삼았다던데.

=스크린쿼터 비대위를 열심히 했고 그러니까 그런 말이 나왔나 본데. 일단은 영화계를 걱정하는 분들 가운데 그동안 쭉 있던 논리가 ‘영화계에서 누군가 국회위원이 되는 것이 거창하게 보면 국익이고, 영화계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거였다. 그런 사람을 찾는 중에 내가 거론이 된 것이고. 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 그런 건 못하니까 안 되겠다 이런 거다. 구체적으로 당에서 뭔가를 제의하고 거절하고 이런 건 아니다. 누군가 해주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고 성향적으로 학교 다닐 때 항상 한번은 백기완 찍고, 한번은 디제이 찍고 살아온 성향에 불과하다. 난 차떼기가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 보통 시민일 뿐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