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만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는 신비롭고도 까탈스럽다는 점이다. 보물은 언제나 숨어 있어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또 그만큼 값진 기쁨을 준다. <앙꼬와 진돌이>는 야후 코리아(kr.yahoo.com)의 뉴스- 비주얼 뉴스- 카툰 코너에 꼭꼭 숨어 있는 만화다. 가끔 메인 페이지에 등장하기도 하지만 다시 찾아가려면 길을 잃고 헤매기가 십상이다.
만화가이며 주인공인 앙꼬는 라면 머리에 부스스한 차림을 하고 있는 절반은 백수, 절반은 프리랜서 만화가로 보인다. 처음에는 남자로 생각했는데, ‘내 남자 친구 아저씨’도 있는 걸로 보아, 여자인 것 같다. 그리고 파트너인 진돌이는 앙꼬의 아빠인 최 사장이 골재 야적장 같은 곳에서 키우는 개인데, 진돗개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미 ‘다섯 번째 진돌이’로 그 혈통은 의심스럽다. 밤마다 여자 뒤꽁무니를 쫓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혀 파출소에 넘겨지고, 가끔 가출해서 이쁜이와 놀다온다. 만화는 앙꼬와 진돌이의 설렁설렁한 일상을 끼적끼적 그려나가고 있다.
<스노우캣> <마린 블루스> 등을 통해 왠지 잘 나가는 인터넷 만화는 일기 만화여야 한다는 공식이 생긴 듯한데, <앙꼬와 진돌이> 역시 일기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꽤나 다른 느낌이다. 앞의 만화들이 화사하고 깔끔한 컬러로 제법 도회적인 정서를 그린다면,
이 만화는 막걸리에 취한 아버지가 술김에 사다준 스케치북에 그림 좋아하는 딸이 제멋대로 그림일기를 휘갈겨놓은 듯하다. 그렇다고 완전한 농촌의 서정은 아니고, 도시 변두리 혹은 읍내 정도의 오묘한 냄새가 난다. 걸쭉하면서도 단단한 데생과 진솔한 삶의 리얼리티는 사람의 마음을 한번에 휘어잡는 힘을 보여준다. 이런 ‘물건’의 느낌은 <오! 해피 산타>의 이경석 이후 처음이다.앙꼬의 만화가 충분히 우리에게 드러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가지는 분명하다. 하나, 진솔하다. 작업모를 쓰고 짧은 다리로 개를 몰고 가는 아버지, 자취방 부엌에서 깍두기를 푸다가 방 안의 친구들에게 집어던져버리고 싶어하는 앙꼬. 그 모습들이 정말로 살아 있다. 또 하나는 정말로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뒷산에서 너구리를 잡아오는 진돌이만이 아니다. 눈썰매를 끌고 학교 운동장을 다섯 바퀴나 돌아준 힘센 개 곰돌이, 4년 전에 죽은 치와와 아롱이, 그리고 새로운 식구가 된 고양이 장군이. 사람들보다 자주 등장하는 게 동물들이다. 아픈 장군이가 하루빨리 건강하게 뛰놀기를, 그래서 병간호하던 앙꼬가 더 자주 그림일기를 올려주길 바란다.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 manaman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