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토미>를 만들었던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속편에서, 전편의 문제제기를 이어간다. 요하킴(바르나비 멧슈라트)은 근육수축증에 걸린 동생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었다. 베를린의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요하킴은, 유력한 노벨상 후보라는 뮐러 라루스 박사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다. 인공근육의 개발로 난치병은 물론 최강의 인조인간을 만들겠다는 뮐러 박사와 연구원들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제공한다. 반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위대한 성공과 과학의 발전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약을 맞아가며 인공근육을 실험하다가 죽기도 하고, 연구에서 빠지려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것을 알면서 요하킴의 마음은 흔들린다. 그 잔인한 ‘인체실험’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반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의 신념은 확고하다. 과학자는 급진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고, 모든 금기와 제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금지된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불법적인 인체실험에 몰두한다. 올바른 정신으로, 자신들의 육체를 기꺼이 제공한다. 웃으며 인공근육을 수술하는 모습은 마치, 자신들만의 천국에 도달한 광신도를 보는 듯하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자신의 몸을 날카로운 메스로 베어내는 섬뜩한 풍경 때문이 아니라, <아나토미2>의 공포는 그들의 오만과 편견이 바로 현실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슈테판 루조비츠키는 <아나토미2>를 한편의 활극처럼 만들었다. 요하킴이 마약에 취한 모습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몽환적인 영상을 떠오르게 하고, 인공근육의 힘으로 갖가지 장애물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모습은 할리우드 SF영화를 연상시킨다. <아나토미2>가 전편보다 오락적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