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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영화라고? 내가 좀 모진것같다” <미소>의 박경희 감독

13일 예술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미소〉의 크레디트에는 3명의 영화감독 이름이 등장한다.〈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와 〈꽃섬〉의 송일곤, 그리고 이 작품을 연출한 박경희(39). 임 감독은 프로듀서를, 송 감독은 남자주인공 ‘지석’을 맡았다. 두 사람은 1999년부터 충무로를 돌며 귀퉁이가 해진 시나리오에 선의의 손길을 건넸고 여기에 배우 추상미씨도 노개런티로 합류했다. 한국영화관객 1000만 시대보다 기적 같은 순제작비 3억원의 〈미소〉는 이렇듯 영화에 대한 애정과 우정으로 완성된 영화다.

〈미소〉는 예상하지 못했던 고통이 찾아올 때 원하건 원치 않건 맞닥뜨려야 하는 실존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공 소정은 어느날 튜블러 비전, 즉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 이르게 되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사진작가인 그가 눈을 잃는다는 것은 장애를 얻는다는 이상의 불행이다. 원인도, 치료방법도, 그리고 병세의 진행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의 한가운데서 애인도, 가족도 그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다. 박 감독은 튜블러 비전이라는 희귀병에서 〈미소〉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가진 인식의 한계에 갇혀 삽니다. 소정을 도우려는 지석이나 분열적인 오빠 모두 그렇죠. 튜블러 비전이라는 병이 삶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병이라고 느껴 출발점으로 삼게 됐습니다”. 모든 인간은 혼자라는 진실을 머리로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누구도 나의 불행에 동참할 수 없다는 걸 영화를 보며 확인하는 과정은 편치 않다. 기자를 비롯한 몇몇 관객으로부터 “우울하다”는 감상평을 들었다는 박 감독은 “내가 좀 모진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영화를 찍을 당시 내 정서가 우울함이어서 그랬을 거고, 지금 같으면 같은 본질이 울타리 안에서도 조금 다른 선택으로 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