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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단속평형>의 손광주 감독

당신이 진짜로 안다는게 뭐야

<단속평형>의 손광주 감독은 연세대를 나와, 다시 부전공이었던 전산학으로 옮겨 포항공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여 5년이라는 시간을 영화와 등지고 버텼다. 그 사이에도 “많은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모든 일을 덮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다시 이번 설 직전에 귀국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개념을 영화의 제목으로 정할 만큼 이론적 욕심이 있어 보이는 그녀가 꿈꾸는 상은 고다르처럼 되는 것인 듯싶다. 분석하는 투로 쓰여진 <단속평형>의 기획의도는 내러티브와 거리를 두면서 실험적인 형식에 집중하겠다는 야심을 보인다. “어느 여피족의 문화적 취향에 대한 우화. 현실, 영화 그리고 관객에 대한 진화론적 독해.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한 형식실험”이 그것이다.

-언제부터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나.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충무로에 나가겠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즈음에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나왔고, 그걸 보고 나도 그분처럼 준비가 된 다음에 해야지 했다.

-실험영화를 지향하는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 역시 내러티브만 알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 분위기가 시나리오 써가면 하품하는 분위기였다. 어렵게 간 유학이니까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혼자 내러티브영화를 만드는 학생들도 있지만 나는 주로 학교의 방향을 따라가려는 쪽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아방가르드 실험영화들을 많이 본 것이 도움이 됐다.

-<단속평형>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영화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겠지만 이런 소재가 영화가 될지 안 될지가 질문하던 것 중 하나였다. 게을러서 써놓거나 하진 못하다가, 꼭 이런 공모전이 있으면 마감일 맞춰서 하나씩 끄집어내서 구체화하게 된다.

-필름으로 촬영하기 전에 비디오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그냥 비디오 리허설처럼 될 것 같아서 약간 고민인데, 먼저 재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필름과 비디오, 많은 사람들이 그 둘의 차이를 말하는데도 스스로는 그 차이를 잘 못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한번 해보려는 거다. 비디오 작품을 거의 안 했었기 때문에, 리허설 수준이 아니라 재료를 탐구하는 수준에서.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나, 고다르. 그 사람이 필름과 비디오의 차이라고 생각했던 건 무엇일까 하는 수준에서 나도 리서치를 한번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덧붙이면, 고다르의 영화는 거의 나의 텍스트북이다.

-영화의 특성상 심사위원들에게 형식에 대한 특별한 질문을 받았을 것 같다.

=관객과의 거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관객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항상 더듬거린다. 항상 관객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규칙인지 잘 모르겠다. 이전 작품 <제3언어>도 사실 관객에게 많이 다가간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많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속평형>의 의도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지식이 겉도는 것 같다. 진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었다. 지식이라는 것이 정치화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것 같다. 영화란 바로 움직임이 아닌가. 지식과 권력이라는 개념을 영화라는 매체와 같이 연결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내 시나리오에 있는 인물이 관객에게 보여질 때 많은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낄 것이라는 예상도 하지만, 오히려 그 불쾌함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점에서, 관련없는 이미지나 사운드를 갖고 상호텍스트성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방식. 그게 형식상의 중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것인가.

=내러티브를 배제하면 장사가 안 된다던데? (웃음) 이번 작품처럼 적절한 내러티브도 있으면서, 또 실험도 가능한 영화를 하고 싶다. 항상 원하는 건 하나로 닫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가지 주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단속평형>은 이런 영화

재원이 아니라는 뜻의 주인공 노(NO)재원이 오피스텔을 나선다. 자동차를 탄다. 광고들이 끼어들고 노재원의 보이스 오버가 시작된다. 노재원은 상상을 시작한다. 어느 음악가를 좋아하느냐고 상상 속의 여자가 묻는다. 아무래도 베토벤은 아니다. 수많은 음악가들의 이름이 그와 등장인물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노재원의 가식적인 상상과 현실이 반복적으로 교차한다. 카페에 들어가서 여자를 만난다. 현실 속의 여자가 어느 화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는 대답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