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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콘티의 추억, <베니스에서의 죽음>
윤정아 2004-02-04

비스콘티의 영화가 스탠더드 흑백 화면에서 시네마스코프 사이즈의 컬러 영상으로 옮겨간 것은 단지 영화를 담는 그릇이 바뀐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네오리얼리즘영화를 만들던 막시스트는 어느 순간 귀족이자 예술가인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섰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그의 후기작에 남아 있던 사회의 변화와 계급, 과거에 대한 인식 혹은 향수에서조차 멀리 벗어나 있다. 비스콘티는 순수 예술의 결정체이자 한 예술가의 초상을 완성했던 것이다. 토마스 만과 구스타프 말러, 두명의 구스타프 아셴바흐, 루키노 비스콘티, 덕 보가드 그리고 1911년, 말러의 5번 교향곡은 예술과 죽음, 성 정체성이란 복잡한 고리 속에서 조우한다. 또한 영화의 주제와 스타일이 유미주의에 함몰되어 있다는 비판에 앞서, 노 감독은 ‘예술의 악마적인 힘은 천재의 양식이자 필수적인 요소’라는 대사를 준비해놓았다.

DVD의 영상은 베니스 해변의 풍광과 화려한 호텔 실내를 두루 드러낸다. 미국 자본의 지원하에 배급·제작된 영화이자 DVD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제작된 비스콘티 작품들이 보여줬던 고색창연한 느낌은 덜하지만, 영상은 좀더 자연스럽다. 부록에 포함된 <비스콘티의 베니스>는 비스콘티가 영화를 찍던 당시의 모습을 담아놓은 희귀한 영상이다. 거기에 흑백 사진 갤러리가 더해져 30년 혹은 90년 전의 분위기를 느끼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용철

Death in Venice / 1971년 / 루키노 비스콘티 / 2.35:1 아나모픽 / DD 1.0 영어, 포르투갈어 / 한국어, 영어 자막 / 워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