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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개인기의 나열,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
이영진 2004-02-03

분위기 다운되면 우리 다시 돌아온다?

브라운관을 접수한 뒤 스크린까지 넘봤던 갈갈이 패밀리의 욕심은 과한 것이 아니었다. 빨리찍기의 대명사 남기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방학이 끝나기 전에 개봉하는 데 성공했던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지난해 여름 전국 관객 40만명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구 없다∼”를 연호하며 극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1980년대 심형래표 영화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갈갈이와 옥동자는 애니메이션 외엔 극장 구경할 꿈을 꾸지 못했던 어린이들의 눈길을 잡아끌었음엔 틀림없다.

이후 반년이 지났고 또다시 방학이 찾아왔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갈갈이와 옥동자도 다시 돌아왔다. 처녀만을 탐하는 드라큘라를 물리치고 달래 아씨의 목숨을 구했던 이들은 이제 마법경찰관이 되어 세상을 어둠으로 몰아넣으려는 악의 무리와 맞선다. 검은 도복을 걸치고 어깨에 무를 둘렀던 갈갈이와 색동옷을 입고 색색 요술보자기를 뒤집어 썼던 옥동자는 이번엔 근사한 제복을 갖춰 입고 황금요괴창을 휘두른다. 여기에 옥황상제의 딸이지만 천방지축 성격 탓에 마법경찰단에서 수련하게 된 선녀와 홍일점이었던 기존 여자 경찰관과의 아웅다웅 싸움이 곁들여진다.

그러나 전편 이상의 호응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어린이 관객들의 관용(?)에 기대하는 듯 허술한 스토리와 남루한 만듦새는 여전하다. 그러한 허점을 논외로 치더라도 갈갈이 패밀리의 주역들을 불러모았던 전편에 비해 캐릭터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은 아쉬움이다. 액션장면을 대폭 늘렸지만 개인기의 향연을 기대했던 어린이 관객이라면 불평과 실망이 클 듯하다. <개그콘서트>의 전략을 그대로 빌어오지만,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간판을 유지해 온 비결이 즉각적인 청중의 반응에 따라 매회 리듬과 완급을 조절하는 호흡법에 있다는 것은 간과한 듯. 옥동자 정종철은 오는 여름방학 시즌에도 어김없이 3편을 내놓겠다고 호언했지만 극적 상황 고려치 않는 썰렁한 개인기의 나열만으로는 장수 시리즈 대열에 끼어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를 제작한 토토엔터테인먼트는 로보트 태권 V, 똘이장군, 우뢰매 시리즈 등의 아동영화를 만들어왔던 서울동화 프로덕션이 전신이다. 이한열 감독은 <외계에서 온 우뢰매2>(1986)<공포특공대>(2000) 등의 아동 영화에서 조연출을 맡은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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