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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재현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
이영진 2004-02-03

순제작비 146억원을 쏟아부은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화력은 어느 정도일까

<쉬리>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 작품. 정전 50주년을 기념해 한 방송사가 방영했던 한국전쟁 유해발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발견했고 이에 영감을 얻어 2001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SF 장르, 칭기즈칸 소재의 영화 등을 기획 중이던 강 감독은 “50년 동안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던 늙은 아내가 뼛조각으로 남은 남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감동받아 전쟁영화로 마음을 굳혔다고.

강 감독은 그동안 여러차례 ‘전투가 아닌 전쟁’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말로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웅이 등장하거나 전우애를 그렸던” 전쟁영화 대신 전장에 내던져진 당시 보통 사람들의 절박함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 이를 위해 강 감독은 “어떤 하나의 색깔로 단정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연속”인 한국전쟁이라는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 두 형제를 밀어넣는다.

2년5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2003년 2월 첫 촬영에 들어간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징집되어 낙동강 전선에 배치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 두 형제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대장으로부터 공훈을 세우면 동생을 제대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진태는 전쟁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동생 진석은 점점 전쟁광이 되어가는 진태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면서 이들의 대립은 폭발 직전까지 도달한다.

제작진은 세밀한 고증과 자문을 통해 남하와 북진 그리고 다시 교착으로 이어지는 한국전쟁의 ‘드라마틱’한 전개를 고스란히 재현하려 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만큼 당연한 사전 준비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제작진이 기대하는 바는 그 이상이다. 낙동강 전투-평양 시가전-압록강 퇴각전 등의 순으로 이어지는 극중 전투 장면을 통해 두 형제의 감정 변화까지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스펙터클에 대한 강 감독의 욕심은 익히 알려진 터. 2만5천여명의 엑스트라, 20여곳이 넘는 로케이션 장소, 2만여벌의 군복 제작, 실제 크기의 증기기관차 및 탱크 제작 등 순제작비만 146억원을 들였다. 홍경표, 정두홍, 정도안, 신보경, 강종익, 김석원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스탭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현 충무로의 기술적 수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디지털 색보정 등 후반작업 일정으로 인해 시사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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