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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열두명의 웬수들>
2004-02-03

12명 몽땅 우리가 낳았어요~ 1948년 실제 가족이야기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증가율 최저기록이 해마다 갱신되는 나라에서 스티브 마틴 주연의 영화 <열두명의 웬수들>는 <반지의 제왕>보다 더 동화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무럭무럭 저 알아서 크는 열두명의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여유있게 살기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절대반지 버리기 위해 악의 무리와 싸우며 운명의 산에 오르는 프로도가 되는 게 더 수월할 것같다. 이 불가능한 임무가 가능해지는 건 <결혼만들기> <신부의 아버지> 등 가족 코미디에서 전지전능한 아버지로 실력 발휘를 해온 스티브 마틴이 대부대 가족의 수장으로 등장할 때 뿐.

<열두명의 웬수들>은 1948년 실제 가족이야기를 책으로 옮겨 베스트셀러가 된 실화를 바탕으로 55년 영화화된 작품을 지난해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제 ‘한다스가 더 싸다(Cheaper by the Dozen)’는 두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열두명의 아이를 키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뜻. 책과 첫 영화가 나온 시대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대량생산 공정이 정답이었던 50년대였던 것이다.

대가족을 좋아한다는 공통의 취향으로 만나자마자 불이 붙었던 톰과 케이트는 이십대 초반부터 부지런히 아이를 낳았다. 한번 피임실패와 두번의 쌍둥이 출산으로 본래 가족계획을 야구팀에서 후보 하나 딸린 축구팀으로 바꾼 부부는 열두명의 ‘알토란’같은 아이들과 알콩달콩-인데 아귀다툼으로 보인다-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대학풋볼팀의 3부리그 감독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톰이 1부리그로 승진돼, 아이들이 싫어하는 낯선 도시로 이사를 가는 데다 엄마 케이트의 원고가 출판되면서 홍보여행을 떠나자 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뀐다.

아이들은 중증 왕자병을 가진 큰 딸의 남자친구(애쉬톤 컬처)를 골탕먹이고, 새로 사귄 옆집 친구의 생일파티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그 와중에 소심한 꼬마 마크가 가출하자 가족은 대규모 수색팀이 되어 마크를 찾아나선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과 고민을 아버지의 넓은 품이 단칼에 해결한다는 식의 결말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기대할 수 없는 철지난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끊임없이 저질러대는 천진한 장난과 대가족 특유의 따스한 정경이 지난 크리스마스 미국개봉 때 <반지의 제왕>을 제외한 다른 흥행 경쟁작들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션 레비 감독이 만든 두번째 연출작이다. 13일 개봉.(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