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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위 영화수입추천 심의제’ 도마위에

외국 영화를 수입할 때 거쳐야 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수입추천 심의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영등위 수입추천소위원회(의장 유수열)는 지난 1월29일 백두대간이 수입한 일본 무라카미 류 각본·감독의 〈도쿄 데카당스〉(사진)의 수입추천을 불허했으며, 이에 앞서 1월8일에는 틴토 브라스 감독, 미국 펜트하우스사 제작의 〈칼리귤라〉에 대해서도 추천 불허 판정을 내렸다. 불허 이유는 ‘변태적 성애 장면의 과다’(〈도쿄 데카당스〉)와 ‘선정 및 난교 장면 과다’(〈칼리귤라〉)이다. 논란은, 이 영화들의 선정·외설성이 강하냐의 여부가 아니라 선정·외설성의 판단은 이들 영화에 등급을 매길 때 따질 일이지 수입추천 단계에서 미리 문제삼을 게 아니라는 지적에 근거한다.

현행 영화진흥법은 외국 영화를 수입할 때 영등위의 수입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등위는 △반국가적인 내용이 있거나 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나 국교 관계를 해할 우려가 있는 영화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영화 등을 거른다는 내부규정을 두고서 수입추천 심의를 하고 있다. 앞에 열거한 첫번째 조항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두번째 조항이다. 이 조항은 영화 등급을 매길 때 ‘제한상영’ 등급 영화에 적용하는 규정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2000년부터 시행된 영화진흥법은 ‘과도하게 일반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반사회적인 내용인 경우’에 ‘18살 이상 관람가’와 별도로 ‘제한상영’ 등급을 매겨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토록 하고 있다.

과도한 선정·외설성이 문제될 경우 외국 영화도 한국 영화처럼 ‘제한상영’ 등급을 매기면 될 것을, 굳이 수입추천 심의와 등급 심의 때 두번 거르는 건 이중심의에 해당한다는 지적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영등위 수입추천소위 위원 중 〈도쿄 데카당스〉와 〈칼리귤라〉 두 편에 대해 유일하게 수입추천 허가 의견을 낸 영화평론가 이명인씨는 “제한상영 등급이 있으니까 성인이 볼 모든 영화는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입추천 심의제도는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에는 일본 영화 〈지옥갑자원〉과 〈가미가제 택시〉 두편이 15살 관람가 이하의 등급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추천이 불허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 영화는 국제영화제 수상경력 없이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으면 상영할 수 없도록 한 일본문화 수입제한 조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구 코미디인 〈지옥갑자원〉은 일본에서 전체 관람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수입추천소위 유수열 의장은 “수입추천 심의가 이중 심의라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으며 여러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영화인과 영화평론가들이 모여 만든 영등위 개혁포럼은 조만간 성명서를 내고 수입추천 심의제도의 폐지를 요구할 방침이어서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