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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에 장길산 "멍군"이요
전종휘 2004-01-30

형사극 두편 올 안방점령 경쟁 예고

올 한해 안방을 찾을 대형 사극 가운데 한국방송 <이순신>과 에스비에스 <장길산>의 시놉시스가 마침내 나왔다. 두 작품 모두 개성이 강한 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데다, 방송사들은 이 캐릭터를 통해 시대에 대한 발언을 하려한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영화배우 유오성이 장길산 역에 낙점되었고, 이순신 역에는 영화배우 정준호가 이번주말 사인할 예정이다. 아직 방영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르면 7월께 브라운관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드라마 <이순신>은 지금의 시대가 확고한 원칙속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한다. “흔들림 없는 애국심과 용기” “위기속 필사즉생의 정신”을 가졌으면서도 “상관의 명령이라도 원칙에 어긋난 것은 따르지 않은” 이순신과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순신은 왜적의 주특기인 백병전을 깨기 위해 거북선을 창안한 ‘혁신주의자’이자 선조의 끊임없는 견제 속에서 시대와의 긴장관계를 극복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순신이 체제안에서 혁신을 꿈꿨다면 장길산은 체제로부터 탈주와 전복을 꿈꾼다. 백성의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 장길산은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정몽주의 13대손인 진인을 안고 말을 달린다. 역성혁명이다. 드라마 <장길산>은 “의적의 수단은 도적질이지만, 근본정신과 목적은 수구세력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고, 민중이 갈망하는 개혁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지금도 개혁은 민중이 열망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진실을 민중이 확실하게 깨닫기 위해 개혁이 내 자신의 생존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런 작품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두 작품은 흥행 코드를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다. 드라마 <이순신>은 소설 <칼의 노래>와 <불멸>을, 드라마 <장길산>은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우선 서사구조가 탄탄하고, 드라마 안의 에피소드가 풍부하다.

두 작품 모두 대하 드라마의 성격상 나름의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만도 수십명에 이른다. <장길산>은 박대근, 이갑송, 우대용, 강선흥 등 부두목을 비롯해 장길산의 첫사랑 묘옥, 길산의 정신적 스승이자 무예를 전수해주는 운부대사 등 이름을 가진 인물만 35명이 등장한다. 이밖에 백성을 괴롭히다 길산에게 응징당하는 지역 토호들의 등장과 퇴장이 거듭된다. 시놉시스는 소설 <장길산>의 궁중 권력투쟁쪽 묘사가 부족하다고 보고 방영 전까지 “창덕궁 인물들이 적극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80부작인 <장길산>에 비해 20부가 더 긴 <이순신>은 필생의 라이벌 원균과 평생지기 유성룡을 포함해, ‘전라좌수영의 잔다르크’ 박초희 등 이순신의 여인들, 가족, 장수들과 조정중신, 토요토미 히데요시 등 일본쪽 인물들까지 100명에 가까운 역사속 혹은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고정 시청자라도 캐릭터들을 다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리고 스펙터클도 기대가 되는데, <이순신>은 첫 장면부터 부산 앞바다에서의 전투 신을 선보이며 눈길을 잡아 끌 예정이다. 산·들·바다를 모두 갖춘 전북 부안에 대규모 세트장을 짓기로 했다. 충남 태안에 세트를 짓는 <장길산>도 구월산과 자비령 등으로 둥지를 옮기며 관군 혹은 탐관오리와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특히, 장길산과 부두령들의 크고 작은 대결이 거의 매회 등장해 잔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연출자가 바로 장형일 피디 아닌가. 전작인 <야인시대>의 초반 시청률 강세도 건달들의 화려한 액션에 기인한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