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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과 시대물의 장인
2001-05-30

심산의 충무로작가열전 20 윤삼육(1937∼)

윤봉춘(1902∼75)은 나운규(1901∼37)의 동향친구로서 그와 더불어 한국영화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걸출한 영화배우이자 명감독이다.

과묵과 절제로 표상되는 개성있는 연기와 통렬한 민족주의적 주제의식으로 유명한 그를 한국영화사는 ‘지사감독’이라 일컫는다. 윤봉춘은 36살이

되던 해에 아들을 얻는데 그가 바로 충무로작가의 대명사 윤삼육이다. 윤삼육의 가계(家系)는 화려하다. 그의 여동생은 저명한 연극배우인 윤소정이며,

그의 두딸 역시 영화에 뜻을 두고 현재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집안은 충무로에서 가장 뼈대있고 유서깊은 영화명문가로 꼽힌다.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를 마친 그가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가로 충무로에 뛰어든 것은 서른살 무렵. 초기작 중 관객과 평단의 격찬을 받은 <소문난

잔치>는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가난한 집 아들을 위하여 마을사람들이 모두 신분을 감추고 연극을 한다는 내용으로서, 저 유명한 프랭크 카프라의

<하룻동안의 숙녀>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코미디다. 이후 그는 다양한 장르들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흥행작들을 내놓았는데, 1970년대

초반에는 주로 박노식을 기용한 액션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훼리호를 타라>나 <활극대사>, 혹은 <>나

<늑대들> 등이 이에 해당한다. 1970년대 후반에는 이른바 ‘하이틴물’이라는 장르가 크게 유행했는데 석래명의 <고교얄개>를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 얄개 시리즈는 숱한 속편들을 양산하면서 이승현·김정훈·강주희 등을 하이틴스타로 등극시켰다. <고교우량아>

<고교 꺼꾸리군 장다리군> <남궁동자> <고교 명랑교실> 등이 모두 윤삼육의 작품이다.

윤삼육이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장르는 사극 내지 시대물이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토속적인 색채가 물씬 나는 사극 내지 시대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하면서 한국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는데 그 선두주자로 꼽히는 것이 이두용의 <피막>이다. 윤삼육은 일제시대에 집필된

오래된 단편소설들의 각색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나는 윤삼육이 집필한 <>과 <아다다>가 각각

나도향과 계용묵의 원작소설을 절묘하게 뛰어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사약> <내시> <살어리랏다>

역시 그 비극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드라마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다. 신혜수는 <아다다>로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덕화는 <살어리랏다>로 모스크바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장군의 아들>은 윤삼육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확연한 두축을 이루고 있는 액션과 시대물이라는 장르들이 행복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살어리랏다>가 <망나니>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장군의 아들>은 <종로부르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혀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신예 박상민을 청년 김두한으로 기용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경천동지할 만한 흥행기록을 세워 이후 3편까지 제작됐다.

윤삼육은 지난 35년간 무려 15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스크린으로 옮긴 대표적인 충무로작가다. 이태 전에 출간된 <윤삼육 시나리오선집>(책이

있는 마을 펴냄, 1999년)은 그가 자선한 대표작들을 묶어놓은 책인데 행간마다 장인의 경륜이 느껴지는 시나리오의 교과서다. 이 책에 실려

있지 않은 작품들을 열람해보고 싶거나 작가의 육성을 직접 듣고 싶다면 그의 홈페이지인 ‘www.scene36.com’에

들러보기 바란다.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이들과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작품구상에 여념이 없는 정열적인 작가의 감동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어 여쭸더니 즉각 되돌아온 회답이 더 없이 유쾌하다. “건강문제는 후배작가들이

북치고 장구치면 씻은 듯이 좋아지고, 술 조금씩 해라 안주 좀 들어라 잔소리가 많아지면 다시 찌뿌드드해진답니다!” 못난 후배작가는 먼 발치에서나마

그의 쾌유와 건필을 빌 따름이다.

심산 | 시나리오 작가

시나리오 필모그래피

1966년

윤성환의 <섬색시>

1970년

고영남의 <소문난 잔치> ★

1971년

고영남의 <훼리호를 타라>

1972년

김효천의 <소장수> ⓥ

이원세의 <너와 나>

1974년

변장호의 <망나니>

1975년

유현목의 <불꽃> ⓥ

1976년

석래명의 <고교얄개> ⓥ

1977년

임원식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979년

유현목의 <장마> ⓥ

1980년

이두용의 <피막> ⓥ ★

1981년

고영남의 <깊은 밤 갑자기> ⓥ

1982년

김효천의 <종로부르스>

1984년

김효천의 <사약>

1985년

이두용의 <> ⓥ

이두용의 <돌아이> ⓥ

1986년

이두용의 <내시> ⓥ

1987년

임권택의 <아다다> ⓥ

1990년

고영남의 <코리안 커넥션> ⓥ

임권택의 <장군의 아들> ⓥ ★

1993년

윤삼육의 <살어리랏다> ⓥ ★

1999년

윤삼육의 <표절> ⓥ

ⓥ는 비디오 출시작

★는 자(타)선 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