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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산 할리우드 아류작, <블러디 말로리>

펑크록 템포로 움직이는 <버피>식 여전사에, 반은 흡혈귀고 반은 인간인 <블레이드>식 설정으로 만들어진 프랑스산 할리우드 아류작

난도질과 강철 액션, 슬래셔 수준의 피튀김과 하드보일드 뱀파이어 헌터, 선과 악의 경계가 어떻게든 헷갈리는 플롯, B급 생동력, 죤 카펜터가 <슬레이어>로 꽃피운 뱀파이어영화의 기본 공식이다. 거기다 펑크록 템포로 움직이는 <버피>식 여전사에, 반은 흡혈귀고 반은 인간인 <블레이드>식 설정까지 모자라 뱀파이어라는 단일 품목까지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고 보면 뱀파이어영화도 액션, 호러라는 양축만으로는 부족해 끊임없이 수혈을 받고 있는 지경인 듯 하다.

<블러디 말로리>는 어느 쪽이냐 하면 위의 모두 다에다가 ‘플러스 알파’를 보탠, 설정으로만 따지자면(!) 엄청난 야심작이다. 결혼식 당일에 마각을 드러낸 요괴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고 그 헤어날 수 없는 상처를 통해 종합요괴헌터로 거듭난 말로리. 나름대로는 그날 몸에 섞여 들어간 남편의 사악한 피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의 미션은 콘돔 사용마저 죄악이라고 부르짖으며 종교재판소와 화형까지 들먹이는 신임 교황을, 푼수 떠는 트랜스젠더 동료와 핑크색 자동차를 타고 정체불명의 악마들에게서 구하는 일. 듣기만 해도 흥미로울 것 같은 플롯에 타락한 대천사의 부활을 기도하는 세기말적 음모라니 이 보다 더 야심만만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 가지 불안한 점은 이 시도가 프랑스산(産)이라는 것인데, 할리우드의 ‘돈 되는’ 영화에 대한 피해의식 내지 선망의 발로로 무수히 양산된 프랑스영화의 민망한 모작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빨간 머리와 보라색 가발을 휘날리며 비닐 유니폼을 입은 말로리 팀의 모습은 영락없는 코스프레고, 카메라의 스피드를 좇지 못하는 굼뜬 액션은 너무 성의가 없어서, 심각한 대사가 5분마다 이어지고 수시로 피가 솟구치는데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유원지에서 괴물 인형들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조악한 액션과 CG보다 더 민망한 것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진지한 영화의 허풍인데, 여기에 희화화된 트랜스젠더, 가톨릭 사제에 관한 부적절한 농담들을 늘어놓으며 웃자고 어깨를 칠 때쯤이면 헷갈리는 것은 선악의 경계가 아니라 이 영화의 장르 혹은 타깃으로 삼은 관람층이 누구냐다. 그나마 IMDb에서 소개하는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호러 그리고 코미디’ 정도라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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